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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모론에 빠진 전직 당 대표는 송 전 대표가 처음이 아니다. 황교안 전 미래통합당 대표는 20대 총선이 끝난 2020년 4월부터 꾸준히 부정선거론을 제기하고 있다. 대법원까지 나서 문제가 된 4만5000여 장의 투표용지를 전수조사하고 ‘문제가 없다’는 결론을 내렸지만 황 전 대표는 의심을 거두지 않고 있다.
그는 20대 총선에 그치지 않고 2021년 10월 국민의힘 대선후보 경선도 “전산 조작이 의심된다”며 법원에 경선 무효 소송을 제기했다가 기각됐다. 올해 3월 당 대표 경선에 출마해서도 검찰과 경찰의 부정선거 수사, 국회 차원의 조사 특별위원회 조직을 주장했다.
내용은 다르지만 두 전직 대표의 음모론은 여러 가지 면에서 닮았다. 우선 정치적 수세에 몰린 직후 음모론에 빠져들었다는 점이다. 황 전 대표는 자신이 이끈 20대 총선에서 보수 정당 사상 최악의 패배를 당하자 부정선거론을 내걸었다. 송 전 대표도 전당대회 돈봉투 사건과 관련해 검찰 수사가 임박한 상황에서 태블릿PC 조작설을 내걸었다.
빠져든 음모론이 상대 진영에서 주장하던 것이라는 점도 그렇다. 부정선거론은 박 전 대통령이 당선된 2012년 대선 결과를 놓고 강성 민주당 지지자인 방송인 김어준 씨가 제기한 것이 원조다. 태블릿PC 조작설과 관련해 송 전 대표는 보수논객인 변희재 씨와 뜻을 함께하고 있다.
무엇보다 이들의 음모론은 양당 지지층을 분열시킨다. 부정선거론을 놓고 언론인 정규재 씨는 “보수 애국 시민을 엉뚱한 곳으로, 이념과 상상의 지옥으로 끌고 갔다. 돈을 빼앗고 바보로 만들었다”고 비판했다. 민주당 혁신위는 송 전 대표를 향해 “조율되지 않은 말로 당내외 혼란을 초래하는 일이 없도록 자중하라. 검찰과의 싸움은 법정에서 하라”고 호소했다.
한때 양대 정당 대표로 한국 정치를 이끌었던 이들이 음모론에 빠져드는 모습을 보는 심정은 참담하다. 음모론으로 무너뜨리려는 대상이 선거와 사법체계에 대한 국민들의 믿음이라는 점에서 더더욱 그렇다. 자중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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