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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 식민 지배의 아픔을 겪은 한국인으로서, 그리고 자유와 인권 보장, 평화로운 교류와 협력 확대라는 인류 보편의 가치를 중시하는 민주사회의 일원이라면 섣불리 뱉을 수 없는 말이다.
한국 정부는 중국이 ‘하나의 중국’을 주장하는 것을 ‘알고 있다’는 입장을 일관되게 밝혀왔을 뿐이다. 한국이 발신하는 외교 수사에는 줄곧 ‘원칙’이 빠진 ‘하나의 중국’이라는 문구만 거론됐다. 한·중 수교 공동성명에서 “오직 하나의 중국만이 있고 대만은 중국의 일부분이라는 중국의 입장을 존중한다”고 명시된 게 대표적이다. 최영삼 외교부 차관보도 최근 중국을 방문해 “한국의 ‘하나의 중국’ 존중 입장은 1992년 수교 이후 변함없이 견지돼 왔다”고 확인했다.
한국 정부는 ‘하나의 중국’과 관련해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해왔다. 이런 모호성은 미국, 일본과 유럽 주요국 등 서방세계가 보조를 같이해온 것이기도 하다. 서방 국가 대다수는 하나의 중국 ‘원칙(principle)’이 아니라 하나의 중국 ‘정책(policy)’을 택했다.
1972년 미국은 중국과 수교를 위해 발표한 공동 코뮈니케에서 중국의 ‘하나의 중국’ 주장을 ‘인지한다(acknowledge)’고 밝혔다. 동시에 대만과는 비공식 관계를 유지하며 대만에 대한 중국의 주권(sovereignty)을 인정(recognize)하지 않는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일본과 영국, 캐나다는 중국의 대만 영토 주장을 ‘이해하고 존중한다’고 표현했을 뿐이다. 호주는 “대만에 대한 중국의 주장을 지지하지도 않고 반대하지도 않는다”고 못 박기까지 했다. 명시적으로 하나의 중국 ‘원칙’에 동조하는 나라는 감비아, 남아프리카공화국, 파나마 등 소수에 불과하다.
‘원칙’과 ‘정책’을 구별하지 못하고, ‘존중’과 ‘적극적 지지’의 간극을 이해하지 못한다면 외교 정책에 영향을 끼치는 공적 인물로서 자격이 없다. 정확히 모르는 사안에는 차라리 입을 닫는 게 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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