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인은 세계 관광 시장의 큰손이다. 코로나19가 유행하기 전인 2019년 중국인들의 해외 관광 지출은 2550억달러(약 333조원)로, 세계 전체의 20%를 차지했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가 시작된 2020년에는 1310억달러로 급감했고, 2021년에는 1060억달러까지 쪼그라들었다.
태국은 올해 중국인 관광객 수가 700만 명일 것으로 기대했지만, 실제로는 500만 명에도 미치지 못할 거란 예측이 나온다. 인도네시아의 대표 관광지인 발리도 중국인 입국자가 크게 줄면서 고급 호텔 예약이 대폭 감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싱가포르도 올해 1~5월에 중국인 방문객이 총 31만901명에 그쳤는데, 이는 2019년 같은 기간 155만명의 20%에 불과한 수치다. 여행업계 관계자는 “싱가포르와 말레이시아의 중국인 관광객은 팬데믹 이전의 약 30%, 태국은 10%에 불과하다”고 전했다.
중국인들의 해외여행 감소는 경제 부진에 따른 민간 소비 침체와도 관련이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중국 상무부는 조만간 가계 소비 촉진을 위한 정책을 발표할 예정이지만 실효성이 크지 않을 거란 전망이 나온다.
도매 물가인 생산자물가지수(PPI) 역시 6월에 전년 동기 대비 5.4% 하락했다. 지난 5월 -4.6%로 2016년 12월(-5.9%) 후 7년여 만에 최저치를 찍었고, 한 달 만에 기록을 또 경신했다. 중국 월간 PPI는 지난해 10월(-1.3%) 이후 9개월 연속 마이너스(-)이고, 낙폭도 6개월 연속 확대됐다.
전문가들은 중국 물가가 당분간 반등하기 쉽지 않다고 본다. 원자재와 중간재 가격, 제품 출고가 등을 반영하는 PPI는 제조업 활력과 관련된 경기 선행지표 중 하나여서다. PPI가 마이너스로 전환하면 통상 디플레이션의 전조로 해석된다. 블룸버그는 “소비자와 기업이 가격 하락을 전망해 지출이나 투자를 계속 억제한다면, 물가 하락의 소용돌이가 커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지훈 기자 lizi@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