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인, 방콕 대신 집콕…동남아 경제 '휘청'

입력 2023-07-10 18:13   수정 2023-07-18 17:10

중국인들의 해외여행이 줄면서 동남아시아 경제에 불똥이 튀었다. 중국인의 동남아 방문이 코로나19 팬데믹(전염병의 세계적 대유행) 이후 급감하면서 관광산업 의존도가 큰 동남아 경제가 직격탄을 맞았다. 주변국들은 관광 외에도 자국 경제에 큰 영향을 미치는 중국 경제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중국의 6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전년 동기 대비)이 0%로 떨어지면서, 중국의 디플레이션(경기침체 속 물가하락) 우려도 커지고 있다.
中 관광객 최대 39% 급감한 동남아
블룸버그통신은 올해 5월 인도네시아 태국 싱가포르 베트남 필리핀 등 동남아 5개국의 중국인 입국자 수가 2019년 대비 14~39% 감소했다고 자체 통계를 인용해 10일 보도했다. 39%나 급감한 인도네시아의 타격이 컸다. 중국이 ‘위드 코로나’로 전환하면서 중국인 관광객 급증을 기대했던 동남아 국가들에는 악재다. 중국인 여행자의 감소로 동남아 국가들의 올해 경제 성장이 둔화할 수 있다는 예상도 나온다.

중국인은 세계 관광 시장의 큰손이다. 코로나19가 유행하기 전인 2019년 중국인들의 해외 관광 지출은 2550억달러(약 333조원)로, 세계 전체의 20%를 차지했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가 시작된 2020년에는 1310억달러로 급감했고, 2021년에는 1060억달러까지 쪼그라들었다.

태국은 올해 중국인 관광객 수가 700만 명일 것으로 기대했지만, 실제로는 500만 명에도 미치지 못할 거란 예측이 나온다. 인도네시아의 대표 관광지인 발리도 중국인 입국자가 크게 줄면서 고급 호텔 예약이 대폭 감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싱가포르도 올해 1~5월에 중국인 방문객이 총 31만901명에 그쳤는데, 이는 2019년 같은 기간 155만명의 20%에 불과한 수치다. 여행업계 관계자는 “싱가포르와 말레이시아의 중국인 관광객은 팬데믹 이전의 약 30%, 태국은 10%에 불과하다”고 전했다.

중국인들의 해외여행 감소는 경제 부진에 따른 민간 소비 침체와도 관련이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중국 상무부는 조만간 가계 소비 촉진을 위한 정책을 발표할 예정이지만 실효성이 크지 않을 거란 전망이 나온다.
디플레이션 우려 커지는 중국
경기 침체 속에 중국의 소비자물가는 제자리걸음이다. 이날 중국 국가통계국이 발표한 6월 CPI는 전년 동월과 같아, 상승률이 0%로 집계됐다. 중국 CPI는 ‘제로 코로나’ 폐지 직후인 올해 1월 전년 동기 대비 2.1% 상승으로 출발했다. 그러나 2월 1.0%, 3월 0.7%, 4월 0.1%로 상승률이 떨어졌다. ‘위드 코로나’로 전환했어도 소비가 여전히 회복되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다.

도매 물가인 생산자물가지수(PPI) 역시 6월에 전년 동기 대비 5.4% 하락했다. 지난 5월 -4.6%로 2016년 12월(-5.9%) 후 7년여 만에 최저치를 찍었고, 한 달 만에 기록을 또 경신했다. 중국 월간 PPI는 지난해 10월(-1.3%) 이후 9개월 연속 마이너스(-)이고, 낙폭도 6개월 연속 확대됐다.

전문가들은 중국 물가가 당분간 반등하기 쉽지 않다고 본다. 원자재와 중간재 가격, 제품 출고가 등을 반영하는 PPI는 제조업 활력과 관련된 경기 선행지표 중 하나여서다. PPI가 마이너스로 전환하면 통상 디플레이션의 전조로 해석된다. 블룸버그는 “소비자와 기업이 가격 하락을 전망해 지출이나 투자를 계속 억제한다면, 물가 하락의 소용돌이가 커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지훈 기자 liz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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