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때문에 바깥에 나가지도 못하고 신분이 없으니까 임금도 중국인의 절반밖에 못 받았습니다. 인권이 보장되는 곳에서 사람처럼 살고 싶어 한국에 오게 됐습니다.”
20대 여성 탈북민 C씨는 2019년 국경을 넘어 중국으로 탈북했다. 국경지대에 살았던 그의 유일하다시피 한 돈줄은 ‘밀수’였는데, 북한 당국이 2016년부터 밀수를 못 하게 막으면서 생활고에 시달렸기 때문이다. 하지만 중국으로 건너가자마자 코로나19를 맞닥뜨렸다. 좋은 일자리를 얻거나 병원에 가지 못하는 삶이 이어지면서 결국 한국행을 결정했다. C씨는 “많은 분이 (한국으로) 오고 싶어 하지만 위험해서 못 오고 있다”며 “(한국에서는) 열심히만 하면 된다는 생각으로 잘해보려고 한다”고 말했다.
통일부는 10일 하나원(북한이탈주민 정착 교육기구) 설립 24주년을 맞아 탈북민과의 기자 간담회를 열었다. 탈북민 3명이 70여 명의 내외신 기자 앞에 섰다. 통일부가 하나원에서 내외신을 포함한 공개 행사를 연 건 2016년 이후 7년 만이다. 김대중 정부 시절이던 1999년 설립된 하나원은 ‘탈북민 포용’의 상징이었지만 문재인 정부 5년 동안 찬밥 대우를 받았다. 2019년 개원 20주년 행사 당시에는 통일부 장·차관이 불참했고 언론 공개도 하지 않았다.
이날 간담회에 나선 탈북민들은 대한민국 국민으로서의 당당한 삶을 꾸리겠다는 의지를 비쳤다. 2014년 탈북한 30대 여성 A씨는 “중국에 있는 자체가 불법이니 안전이 보장된 생활이 아니었다”며 “이전에는 제가 꿈꿀 수 없는 것들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져 걱정되지만 앞날이 기대도 된다”고 말했다. B씨는 “(북한에서) 한국 드라마를 통해 한국에는 인권이라는 게 있다는 것 알게 됐다”며 “자본주의와 사회주의의 차이가 있겠지만 열심히 하면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하나원은 탈북민들에게 사회 적응을 위한 12주 동안의 기초교육과 정착지원금을 제공한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입소하는 탈북민이 매년 두 자릿수로 줄어들면서 기존 탈북민의 직업교육 등 재교육에도 힘을 쏟고 있다.
이날 간담회에 함께 참석한 권영세 통일부 장관은 “북한 인권, 탈북민 정착 지원·보호에 대해 특별히 관심을 기울이겠다는 게 윤석열 정부의 입장”이라며 “탈북민의 성공이 우리 주변의 일상적인 스토리로 뿌리내려야 한다”고 말했다. 통일부의 역할 변화에 대해선 “국민들이 통일부를 ‘대북지원부’ ‘대북유화부’라고 부르는 등 불만의 목소리가 있었다”며 “지나치게 지원 중심적이고 유화적, 굴종적으로 대화하는 것은 지양해야 북한과 대화가 제대로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안성=맹진규 기자 mae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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