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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새 스타트업 대표들을 만나면 자주 듣는 단어가 런웨이(runway)다. 비행기 활주로를 뜻하는 그 단어 맞다. 스타트업계 용어로 투자 유치 없이 현재 가진 자금으로 생존할 수 있는 기간을 뜻한다. 런웨이를 산출하는 공식은 간단하다. 현재 보유한 현금 잔액을 매월 들어가는 비용으로 나누면 된다. 활주로가 끝나기 전 비행기가 반드시 이륙해야 하듯 스타트업도 보유 현금이 소진되기 전 다음 투자를 받아야 한다. 양력과 추진력이 부족해 활주로에서 날아오르지 못하는 비행기는 재앙과 맞닥뜨릴 수밖에 없다.
비상시기 런웨이를 늘리기 위해 인력 구조조정에 나서는 업체가 속속 나타나고 있다. 한때 이름 좀 날렸던 테헤란로 주변 스타트업의 폐업 소식이 들려오고, 다음엔 어느 업체가 고꾸라질 거란 흉흉한 얘기도 나돈다. 생존이 화두가 된 상황이다.
물론 정부의 시장 개입은 최소화해야 한다. 그럼에도 자금력과 시장성을 갖추지 못한 스타트업의 성장 초기에는 정책자금을 집중 지원해 생명의 싹을 틔워주는 게 맞다. 벤처투자 마중물 역할을 해온 모태펀드 출자예산 확대 검토가 시급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올해 정부의 모태펀드 예산은 작년(5200억원) 대비 40% 감소한 3135억원에 그쳤다. 모태펀드는 소모성 예산과 달리 투자 수익을 더해 회수할 수 있는 데다 한껏 움츠린 투자심리를 자극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정책 효과가 크다는 분석이다.
오늘도 수많은 스타트업이 런웨이에 올라 달리고 있다. ‘제로 투 원(zero to one)’ 상징인 스타트업의 도전정신이 사라진 산업 생태계는 활력을 잃는다. 혁신과 패기로 무장한 스타트업이 차례차례 활주로를 떠나 이륙하도록 돕는 데 정책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 정부가 하반기 경제정책 방향으로 정한 경제활력 제고·체질 개선의 출발점이 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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