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나 안 받는다"는 여의도 펜트하우스, 대체 누가 살까 [돈앤톡]

입력 2023-07-13 07:41   수정 2023-07-13 07:42


"저 빨간 줄 빌딩의 꼭대기 층은 누가 차지했을까."

서울 여의도를 오가는 이들이라면 한 번은 이런 생각이 머릿속을 스칩니다. 여의도역과 여의나루역 사이에는 여의도 최고 높이 빌딩인 '파크원'이 있습니다. 전국적으로도 서울 롯데월드타워와 부산 엘시티에 이어 세 번째로 높은 건물입니다. 빨간 띠를 두른 듯하다고 사람들 사이에선 '빨간 줄 빌딩'이라는 이름으로 더 유명합니다. 얼마나 고층인지 일하는 직원들조차 "엘리베이터를 탈 때마다 귀가 먹먹해 서로 하는 말들이 안 들린다"고 하소연할 정도죠.

파크원은 크게 53·69층짜리 오피스빌딩 2개동과 8층 규모의 백화점(더현대 서울), 31층짜리 호텔(페어몬트 호텔)로 구성됐습니다. 이 가운데 지상 53층의 빌딩은 NH금융타워로 불립니다. 총 면적의 3분의 1 수준에 해당하는 2층부터 18층까지를 NH투자증권이 사용하고 있습니다.

NH투자증권은 앞선 2020년 말 ARA자산운용과 함께 9500억원에 매입했습니다. 파크원 프로젝트의 금융주관사이자 투자자 역할을 했던 NH투자증권은 현재 건물을 소유한 ARA운용 펀드의 지분 일부를 보유 중입니다.

그런데 이 빌딩은 지금 꼭대기층만 공실입니다. 전체 53층 중 51~53층은 기계실과 옥상이어서 오피스층 기준 꼭대기층은 50층입니다. 하지만 파크원 임대 관계자에 따르면 49층과 50층은 한 번도 임차인이 없었습니다.

서울 최고층 빌딩 가장 높은 곳에 들어설 기회인데 왜 아직 입주사가 없는 걸까요? NH투자증권 임직원 등 이 건물에 출퇴근하는 사람들에게 물어보니 이유는 복합적이었습니다.


먼저 비싼 가격이 매겨졌다는 점이 이유입니다. NH금융타워 49층과 50층의 3.3㎡당 월 임대료는 14만9200원입니다. 이 두 개 층의 3.3㎡당 보증금은 각 149만2000원입니다. 임대료와 보증금이 중층부 대비 5%씩 높습니다. 상업용 부동산업체 JLL 코리아에 따르면 올 1분기 기준 여의도 권역 3.3㎡당 월 평균 실질 임대료는 전년 동기 대비 29.6% 상승한 10만8600원입니다. NH금융타워의 월 실질 임대료가 12만4330원 수준인 점을 감안하면 평균 금액을 많이 웃돕니다.

파크원의 또 다른 오피스동인 타워1에 입주해 있는 한 기업의 대표는 "초기 입주 시 렌트프리를 많이 받고 들어와서 메리트가 컸는데 어느새 만실 상태가 됐다"며 "재계약 시기가 돼서 조건을 보니 전용면적당 임대료(NOC)가 입주 때의 2배로 뛰었더라. 재계약을 진행하지 않을 생각"이라고 했습니다. 덧붙여 "재임대하고자 이곳저곳 알아봤는데 모두 이 가격엔 고개를 내젓는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꼭대기 두 층이 채워지지 않는 게 꼭 가격때문만은 아니라는 게 파크원 안팎에서 들리는 얘기입니다. NH투자증권의 한 고위 임원은 "꼭대기층은 상징적으로 값을 비싸게 매겨놓기도 했지만 가격을 내릴 생각이 없다는 것도 우리 측 입장이다. 속된 말로 '센 놈'을 기다리기 때문"이라며 "안 들어온다기보다 못 들어온다는 표현이 더 맞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한 부동산업체 관계자는 "NH금융타워 측에 한 달에 한 번꼴로는 입주 문의가 들어오는 것으로 안다"며 "현재는 글로벌 IT 기업, 컨설팅 기업과 이야기를 조율하고 있는 것으로 들었다"고 밝혔습니다.

파크원 관계자도 '누구나 문을 두드릴 수는 있지만 아무나 들어서지는 못하는' 상황을 인정했습니다. 그는 "파크원 고층부 가격이 타 오피스동 대비 월등히 비싼 편은 아니다. 임대 문의는 자주 오는데 빌딩 자체가 상징적인 의미가 크다 보니까 브랜드 이미지라든가 신용 상태 등 여러 사항을 고려하게 된다"며 "적격자를 판단하는 기준이 깐깐하긴 하지만 일부러 입주기업을 안 들이려고 하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습니다.

신민경 한경닷컴 기자 radi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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