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순방 기간에 고위 관계자들의 브리핑은 일상적인 일이지만, 이때는 분위기가 달랐다. 관계자들이 들어오자 대통령실 직원이 항상 열려 있던 프레스센터의 문을 닫았다. 한 관계자는 “혹시 한국 기자가 아닌 분이 있으면 나가달라”고 요청했다. 다른 관계자는 “모두 노트북과 휴대폰 사용을 멈춰달라”고 했다.
이어 굳은 표정의 국가안보실 고위 관계자가 단상에 올랐다. 그는 “오늘이 순방 마지막 날인데 한 가지 방문 일정이 생겼고, 기자단도 2박을 이곳에서 더 해야 한다”며 윤 대통령의 우크라이나 방문 사실을 공개했다. 윤 대통령 일행이 우크라이나로 떠나기 몇 시간 전의 일이다. 하지만 윤 대통령의 우크라이나 방문 사실이 기사화되기 시작한 건 그로부터 약 12시간이 지난 한국시간 15일 오전 9시. 대통령실이 국가안보를 이유로 보도 유예를 요청했기 때문이다.
윤 대통령의 우크라이나 방문은 이처럼 극비리에 이뤄졌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도 지난 2월 우크라이나를 방문할 때 키이우 도착 전까지 기자들에게 이 사실을 공개하지 않았다. 모든 이동 과정을 위장하거나 숨겼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도 3월 비밀리에 우크라이나를 찾았다.
대통령실은 5월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의 초청을 받은 후 우크라이나 방문이 가능한지 다각도로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황이 수시로 바뀌는 까닭에 예단이 어려워 폴란드 공식 방문을 위한 입국 때까지도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
방문 인원은 조태용 국가안보실장 등 극소수 인원으로 꾸려졌다. 격추 우려 등을 감안해 비행기를 타고 키이우로 직행하지도 못했다. 바르샤바에서 키이우까지 이동하는 데 항공기와 차량, 열차 등을 모두 이용해야 했다. 바르샤바에서 키이우까지 가는 데 14시간이 걸렸고, 돌아오는 데 13시간이 소요됐다. 키이우 체류시간은 11시간에 불과했다.
바르샤바=도병욱 기자 dod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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