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화학 '불황 늪'…체질개선 속도 낸다

입력 2023-07-17 16:37   수정 2023-07-17 16:38


반도체와 정유에 이어 ‘수출 3대 효자’로 불린 석유화학업계에 혹독한 겨울이 찾아왔다. 지난해부터 불황의 그늘이 드리운 영향이다. 시황 악화가 이어지는 가운데 미래 성장동력 사업 위주로 체질 개선에 들어간 분위기다. 구조조정과 인력 재배치 등 대대적 구조 개편을 통해 생존 및 성장 전략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공장 문 닫고 인력 재배치 나서
먼저 국내 석유화학업계의 ‘맏형’ LG화학이 한계사업 정리에 나섰다. LG화학은 지난달 노국래 석유화학사업본부장 명의로 석유화학사업본부 임직원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한계사업에 대한 구조 개혁을 과감하고 선제적으로 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범용사업 중 경쟁력이 없는 한계사업에 대해 구조조정을 늦출 수 없는 상황”이라며 “장기 가동 중지, 사업 철수 등을 통해 사업 구조를 재편하고 인력 재배치도 추진하겠다”고 덧붙였다.

LG화학 석유화학부문은 지난해 4분기 1659억원의 영업손실에 이어 올 1분기에도 508억원의 영업적자를 냈다. 실적이 악화하고 있는 석유화학 부문에는 국내외 약 5000명의 임직원이 일하고 있다. 일부 고부가가치 제품을 제외하면 주로 범용 제품이 많아 이 부분을 구조조정하겠다는 뜻으로 분석된다.

공장도 정리한다. LG화학은 최근 전남 여수 NCC(나프타분해시설) 2공장 매각에 들어갔다. 이 공장은 원료인 나프타를 분해해 에틸렌, 프로필렌 등 화학제품을 생산하는 공장이다. 석유화학 업황 부진으로 회사의 사업 구조를 고부가가치 제품 위주로 재편해 수익성을 높이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이 같은 사업 구조조정을 통해 마련한 재원으로 LG화학은 성장동력 사업에 쏟아부을 전망이다. LG화학은 △친환경 △배터리 소재 △글로벌 신약 등을 3대 신성장동력으로 꼽고 2030년 매출 30조원을 달성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거세진 석유화학업계 구조조정 바람
LG화학뿐 아니라 다른 석유화학사도 상황은 비슷하다. 국내 2위 석유화학사인 롯데케미칼은 지난 1월 파키스탄 자회사인 롯데케미칼파키스탄(LCPL)을 매각했다. 석유화학사들이 이처럼 기존 범용 제품 생산공장을 정리하는 건 중국 회사의 저가 공세와 맞닿아 있다. 중국 회사들은 대규모 증설을 통해 자국 시장뿐 아니라 글로벌 시장에서 영향력을 키우고 있기 때문이다. 기존 한계사업을 정리하면서 롯데케미칼 역시 고부가·친환경 제품 생산에 주력하고 있다. 배터리 소재인 동박을 생산하는 롯데에너지머터리얼즈를 인수하는 등 사업 다각화에도 나섰다.

한화솔루션, 금호석유화학 등도 전기차 소재 등 새로운 먹거리 사업을 찾아 나서고 있다. 한화솔루션과 한화토탈에너지스는 최근 폴리올레핀 엘라스토머(POE) 파일럿 공장을 완공했다. 파일럿 테스트를 통해 1년 내 상업공장 기본 설계를 완료하고 본격적인 투자를 추진할 예정이다. 미국·유럽을 중심으로 태양광 시장이 확대되면서 석유화학업계가 폴리올레핀 엘라스토머(POE), 탄소섬유 등 태양광 패널용 소재에 집중하고 있는 점과 연결된다.

금호석유화학은 탄소나노튜브(CNT) 제품 경쟁력 확보를 중점 사업으로 진행 중이다. CNT는 철강의 100배에 달하는 차세대 소재로 전기차 배터리, 반도체 공정용 트레이, 자동차 정전도장 외장재 등 활용 범위가 다양하다.

석유화학업계 관계자는 “중국의 저가 물량 공세에 국내 석유화학업계 판 자체가 바뀌고 있다”며 “국내 기업 대부분이 10년 안에 주력 제품이 바뀔 것”이라고 말했다.

강미선 기자 misunn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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