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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도 후회하고 안 해도 후회하는 것이 결혼이라고 한다. 과거엔 그래도 해 보고 후회하자는 사람이 많았다면 요즘엔 후회할 일을 뭐하러 하느냐는 사람이 많아지고 있다. 지난 4월 혼인 건수가 1만4475건. 관련 통계 작성 이후 4월 기준으로 가장 적은 수치다. 2020년 기준 30대 초반(30~34세) 남성의 66%, 여성의 46%가 결혼하지 않았다. 결혼이 줄어드니 출산도 감소한다. 4월 출생아는 1만8484명으로 4월 기준 처음으로 2만 명에 못 미쳤다. 결혼은 두 사람이 만나 ‘경제공동체’를 이루는 일이다. 결혼이 줄어드는 이유도 경제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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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커는 결혼을 “따로 살 때에 비해 두 사람 모두 효용이 증가하는 경우에만 이뤄지는 것”으로 봤다. 경제적으로 남는 장사라는 판단이 설 때 비로소 결혼한다는 얘기다. 그는 가정을 일종의 기업으로 가정했다. 기업이 생겨나는 것은 분업과 규모의 경제를 통해 비용을 줄이고 편익을 늘릴 수 있기 때문이다. 가정도 비슷하다. 각각 월세로 살던 두 사람이 결혼하면 보증금을 합쳐 전세로 갈 수 있다. 두 사람이 청소와 설거지를 나눠서 하면 집안일도 빨리 끝낼 수 있고, 한 사람이 먹을 요리를 두 번 하는 것보다는 두 사람이 먹을 요리를 한 번 하는 게 경제적이다.
결혼은 보험 효과도 있다. ‘세월이 흘러서 병들고 지칠 때 지금처럼 내 곁에서 위로해 줄 수 있나요’(한동준 ‘사랑의 서약’)라는 노래 가사가 있다. 결혼의 보험 효과를 잘 표현한 가사다. 경제적·정신적으로 나를 지지해 줄 수 있는 배우자의 존재는 독신은 누릴 수 없는 편익이다.
물론 비용이 따른다. 독신일 때 누린 몸과 마음의 자유는 결혼과 함께 상당 폭 축소된다. 결혼했다면, 특히 아이가 있다면 회사에 사표를 내고 싶을 때도 좀 더 신중해야 한다.
여성도 마찬가지다. 여성 취업이 늘어나고 소득 수준이 높아졌다. 굳이 결혼까지 해서 남성의 소득과 재산을 공유할 필요가 없는 여성이 많다. 여성의 소득이 높아졌다는 것은 결혼, 출산, 육아로 포기해야 할 기회비용이 커졌다는 뜻이기도 하다.
결혼 후 생기는 자녀도 예전엔 노후를 대비한 보험의 의미가 컸다면 근래엔 비용으로 인식되는 경향이 강하다. 속 썩이는 자식보다는 연금보험이 더 든든하다. 집값, 전셋값, 스드메(스튜디오 촬영·드레스·메이크업) 등 결혼하는 데만도 큰 비용이 들어간다. 편익은 감소하고 비용은 증가했다면 결혼이 줄어드는 게 당연하다.
의리마저 사라진다면 결혼은 이혼으로 끝난다. 비용·편익 분석은 이혼에도 적용된다. 과거 여성들은 이혼 후 경제적으로 큰 어려움에 빠질 가능성이 높았다. 따라서 결혼 생활이 불만족스럽더라도 결혼을 유지하려는 동기가 강했다. 소득이 높아진 요즘 여성들은 이혼 후 경제적 곤궁을 덜 걱정해도 된다. 이혼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도 옛날에 비해 약해졌다. 이혼 비용이 감소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래서인지 이혼은 늘어나는 추세다. 4월 이혼은 7288건으로 3개월 연속 전년 동월 대비 증가했다.
결혼의 편익과 비용을 완벽하게 계산할 수 없다는 점은 ‘결혼의 경제학’이 갖는 한계다. 더구나 결혼은 돈으로 환산하기 힘든 무형의 편익과 비용을 낳는다. 어쩌면 그래서 더욱 많은 사람이 결혼을 망설이고 있는지도 모른다.
유승호 기자 ush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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