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 넘게 이어지고 있는 낙농가와 우유업계 간 원유(原乳) 가격 협상 2차 마감 시한이 19일로 다가왔다. 이미 한 차례 연장된 시한이 또다시 미뤄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지만, 원유값이 오르는 건 양측 모두 기정사실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예년과 같이 원유→우유→유제품 순으로 가격이 도미노처럼 오르는 ‘밀크플레이션’(우유+인플레이션)이 재연될지에 물가당국과 식품·유통업계의 관심이 쏠린다.
낙농가와 우유업계 관계자로 구성된 낙농진흥회 소위원회는 17일 회의를 열고 올해 원유 가격 협상을 이어갔다. 지난달 9일 시작된 이 회의는 당초 지난달 30일이 협상 마감 시한이었지만, 양측의 견해차가 너무 커 한 차례 연장됐다.
아직 돌파구가 마련되지 않아 협상 시한이 더 미뤄질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하지만 시간문제일 뿐 올해도 원유값이 오를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관련 당국과 낙농가, 유업계에선 올해 원유값 인상폭이 L당 69~104원(전년 대비 상승률 6.9~10.4%)에서 결정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는 L당 49원(5.1%) 오른 지난해보다 더 큰 폭의 인상이다. 낙농업계는 “사료값과 인건비가 올라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작년까지는 원유 가격이 오르면 시차를 두고 유업계가 이를 제품 가격에 반영해왔다. 지난해에는 원유 가격이 49원 올라 L당 996원이 되자 유업체들은 흰 우유 가격을 10% 안팎 올렸다. 서울우유협동조합의 1L짜리 흰 우유 가격은 대형마트에서 2800원대가 됐다. 올해도 원유값이 인상되면 ‘우유 L당 3000원대 시대’가 열릴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다만 정부가 최근 유업계에 가격 인하 압박을 거세게 넣고 있다는 점이 변수다. 정부는 라면을 시작으로 식품업계에 전방위적으로 가격 동결 혹은 인하 압력을 가하고 있다. 이에 따라 유업계도 당장 제품 가격을 올리기보다는 ‘일단 버텨보자’는 분위기가 형성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문제는 업황이 최악이라는 점이다. 우유산업은 전형적인 내수산업이라 주요 소비층인 영·유아 인구 감소의 타격을 고스란히 받고 있다. 매일유업은 지난해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30.9% 줄었고, 서울우유는 18.7% 감소했다.
양지윤 기자 yang@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