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또 1등 만들어 드립니다"…믿고 돈 맡겼는데 '날벼락'

입력 2023-07-18 08:45   수정 2023-07-18 08:52



로또 번호 예측해준다고 속여 10억원대 회비를 가로챈 일당이 적발됐다.

18일 경찰에 따르면 인천 남동경찰서는 사기와 범죄단체조직 등 혐의로 로또 번호 예측 사이트 운영자 30대 A씨를 구속하고 직원 35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A씨 등은 2021년 2월부터 지난 5월까지 사이트를 운영하며 회원 200여명으로부터 모두 11억여원을 받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로또 1등을 꿈이 아닌 현실로 만들어 주겠다'고 홍보하며 가입비를 받고, 기한 내 당첨되지 않을 경우 환불을 약속했다. 이들은 제공하는 숫자를 '인공지능(AI) 기반의 알고리즘'이나 '엄선된 분석 시스템으로 산출한 값'이라 소개하며 첨단 분석기를 통해 예측 번호를 추출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실제로 해당 기기는 사용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또한 번호 역시 과학적 근거 없이 무작위로 만드는 방식이었다.

피해자들은 적게는 7만7000원, 많게는 1200만원을 내고 서비스에 가입했다. 그렇지만 실제로 높은 등수에 당첨되는 일은 없었고, 가입비도 돌려받지 못한 것으로 조사됐다.

심지어 3∼4개 단계로 분류된 등급제를 만들어 등급을 올릴 경우 당첨 확률을 높일 수 있다면서 피해자들에게 추가 비용을 더 받아내기도 했다.

한 피해자는 "600만원을 주고 계약했지만, 1년 동안 5000원짜리 3번 당첨된 게 전부"라며 "전액 환불해준다고 했는데 계속 전화해도 받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다른 피해자들도 온라인 단체 대화방을 만들어 민사상 대응 방안을 논의하거나 경찰에 고소장을 제출하는 등 단체 행동에 나섰다.

피해자 모객을 위해 관리팀장을 중심으로 텔레마케터 직원들로 팀을 꾸려 회원 모집과 등급 관리했다. 경찰은 A씨가 역할을 나눠 상하 체계를 갖춘 뒤 조직적으로 범행했다고 판단해 범죄단체조직 혐의를 적용했고, 다른 간부급들도 같은 혐의로 수사를 진행 중이다.

또한 A씨 사무실을 압수 수색을 해 PC와 서류 등 증거물을 확보하며 강제 수사에 나섰고, 범죄 수익에 대해 기소 전 추징보전을 신청했다.

A씨는 경찰 조사에서 허위 예측 번호를 제공했다고 범죄 혐의를 인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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