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이재용, 머스크 만나 담판…'자율주행칩 빅3' 모두 수주

입력 2023-07-18 18:02   수정 2023-07-26 16:39



지난 5월 10일 공개된 한 장의 사진이 글로벌 반도체업계를 강타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나란히 서서 웃고 있는 사진이다. 이날 미팅에서 두 거물과 삼성·테슬라의 최고위 임원들은 자율주행 칩 협력 방안에 대해 심도 있게 논의했다. 삼성전자·테슬라의 ‘반도체 동맹’이 더욱 굳건해진 순간이었다. 결국 테슬라는 차세대 자율주행 칩 ‘HW 5.0’ 양산을 삼성전자에 맡기기로 했다.
1년 전 선택은 TSMC
18일 반도체업계에 따르면 테슬라는 약 1년 전 HW 5.0 개발을 시작할 때는 대만 TSMC를 파운드리 협력사로 낙점했다. 삼성전자엔 비상이 걸렸다. 최근 모델 S·X 차량에 장착되고 있는 자율주행 칩 HW 4.0까지 약 10년 넘게 이어진 삼성·테슬라의 협력 관계가 무너질 위기에 처했기 때문이다.

당시 테슬라의 결정엔 이유가 있었다. 4나노미터(㎚, 1㎚=10억분의 1m) 등 테슬라가 염두에 뒀던 HW 5.0용 파운드리 공정의 수율(전체 생산품 중 양품 비율)에서 ‘삼성보다 TSMC가 낫다’는 평가가 우세했다. 수율이 낮으면 비용이 증가할 뿐만 아니라 칩 조달에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 당시 머스크 CEO는 삼성과의 의리보다 TSMC라는 실리를 택했다. 올 상반기까지 테슬라와 TSMC는 칩 개발 논의를 이어갔다.
수율 끌어올리고 JY 수주전 등판
테슬라 같은 기업이 칩을 개발해 파운드리 업체에서 실제 양산하기까진 보통 3년 이상 걸린다. 삼성전자는 이 점을 파고들었다. 우선 TSMC 대비 약점으로 꼽히던 최첨단 4·5㎚ 공정의 수율을 끌어올렸다.

최근 반도체업계에선 삼성전자의 4㎚ 수율은 75% 이상, 5㎚는 80% 이상으로 추정하고 있다. TSMC의 4㎚ 수율이 80% 수준인 것을 감안하면 ‘격차가 사라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 회장이 테슬라 HW 5.0 수주전에 등판한 게 수주로 이어진 직접적인 계기였다. 이 회장은 지난 4월 말부터 3주간 이어진 북미 출장에서 머스크 CEO를 직접 만났다.

삼성전자 북미 반도체연구소에서 진행된 미팅에서 이 회장과 경계현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장(사장), 최시영 파운드리사업부장(사장)은 머스크 CEO와 테슬라의 반도체 조달 담당 칸 부디라지 부사장, 앤드루 바글리노 최고기술책임자(CTO)를 설득했다. 이 회장은 이날 머스크 CEO에게 ‘거부할 수 없는 조건’을 제시했고 테슬라 경영진은 고심 끝에 수락한 것으로 확인됐다.

계약에 정통한 관계자는 “이 회장이 테슬라 맞춤형 기술과 상대적으로 매력적인 가격을 제시해 실리를 중시하는 머스크를 흔들었다”며 “테슬라가 TSMC와 지난 1년간 협력한 것을 감안할 때 현재로선 삼성과 TSMC가 물량을 나눠 가질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자동차용 파운드리 비중 키운다”
테슬라의 HW 5.0 수주가 사실상 확정되면서 삼성전자는 테슬라, 모빌아이, 암바렐라 등 자율주행 칩 ‘빅3’ 모두를 고객사로 두게 됐다.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는 지난 2월 “미국 암바렐라의 자율주행용 칩을 5㎚ 공정에서 양산한다”고 발표했고, 석 달 뒤엔 모빌아이의 고성능 반도체 생산 계약을 따냈다고 밝혔다.

테슬라 HW 5.0칩 수주가 스마트폰용 칩에 편중됐던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의 매출처를 다변화하는 전환점이 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는 지난해 기준 39%인 모바일기기용 칩 수주 비중을 2028년 28%까지 낮추고 대신 자동차용 칩, 고성능컴퓨팅(HPC)용 칩 등의 비중을 끌어올릴 계획이다.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자율주행자동차용 반도체 시장은 2030년 290억달러 규모로 커질 것”이라며 “이번 테슬라 HW 5.0 수주로 삼성전자의 자동차용 파운드리 관련 기술력이 재확인됐다”고 설명했다.

황정수/최예린 기자 hj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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