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송 참사는 지금까지 밝혀진 내용만 봐도 관계기관의 무능이 빚은 인재가 명확하다. 사고 발생 3시간 전에 전달된 금강홍수센터의 대피 경보부터 사고 1시간 전 두 차례나 걸려온 시민의 지하차도 통제 요구까지 사전에 참사를 막을 기회는 여러 차례 있었다. 충청북도·청주시·흥덕구청·경찰의 총체적 부실 행정으로 무고한 14명의 시민이 목숨을 잃었다. 미연에 막을 수 있는 사고였다는 점에서 철저하게 책임을 물어야 할 사안이다.
하루 강수량으로 환산하면 얼마나 많은 비가 단기간에 내렸는지 더욱 확연해진다. 산사태 직전까지 예천의 7월 강수일수는 9일로 일 단위로 환산하면 하루에 52.7㎜의 비가 쏟아진 셈이다. 지난 10년 중 올해 다음으로 비가 많이 내린 2017년 7월 강수량은 469.1㎜, 강수일수는 15일이었다. 하루 단위로 31.2㎜다. 당시보다 올해 강수량이 약 70% 많은 것이다. 올 장맛비를 극한 호우로 부르는 이유다. 예천에서 평생을 살아온 60~70대 주민이 “살면서 이런 비는 처음 봤다”는 반응을 보이는 게 결코 과장이 아니란 얘기다. 일부 환경 전문가는 500㎜ 이상이 쏟아진 충청·경북 지역의 이번 장맛비는 500~1000년 빈도의 강우량이라고 설명한다.
국내 하천의 둑이나 댐은 100년에 한 번 나타나는 계획홍수위를 기준으로 건설됐다. 하수구는 10년 빈도의 강수량이 기준이다. 2020년 섬진강에 500년 빈도의 폭우가 내린 뒤 국가하천 계획홍수위를 200년 빈도로 올리겠다고 했지만 아직 계획에 그치고 있다.
이번 경북 북부지역의 산사태에서 보듯 최근의 이상 기후는 과거 통계의 정규분포 곡선을 이탈하고 있다. ‘기상 관측 이래 최초’ ‘유례가 없는’ 등의 수식어가 붙는 테일 리스크(tail risk)형 자연재해가 갈수록 빈번해질 것이다. 더 이상 과거의 통계를 기반으로 한 재난대응 시스템이 통하지 않는다는 의미다. 강수 빈도를 대폭 늘린 홍수지도를 새로 짜고 재난대응 매뉴얼은 전면 재정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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