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2부는 협력업체 근로자 9명이 현대차를 상대로 제기한 근로자 지위 확인 소송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현대차가 협력업체 근로자들에게 상당한 지휘·명령을 했다고 보기 어렵고, 협력업체가 현대차 사업에 실질적으로 편입되지도 않았다"는 원심 판단이 정당하다고 보고 이같이 선고했다.
해당 협력업체는 현대글로비스와 도급계약을 맺고 완성차의 운송, 출고 전 사전 점검 등 PRS(Pre-Release Service)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이 업체 근로자는 완성차를 야적장에 옮겨 관리하고, 현대차로부터 출고가 요청된 차량을 찾아 세차를 한 뒤 고객에게 인도하는 일을 주로 했다. 차량에 문제가 있을 경우 현대차 직원에게 사안을 보고하는 업무도 맡는다. 현대차는 이 업체 직원들에게 개인정보단말기(PDA)와 체크시트, 매뉴얼 등을 제공해 사용토록 했다.
원고들은 "업무 수행 과정에서 현대차의 상당한 지휘·명령이 있었으므로 불법파견"이라고 주장하며 근로자 지위 확인 소송을 제기했다.
하지만 1심은 불법파견이 아니라고 봤다. 재판부는 현대차로부터 작업지시서가 전달되더라도 "도급인으로서 업무 지시에 불과하다"고 판단했다. PDA 등을 지급한 것도 '업무협조 차원'이라고 봤다.
재판부는 또 "원고들의 업무는 간접생산공정으로 현대차 업무와 명확히 구분됨으로 현대차 업무에 편입됐다고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2심과 상고심도 모두 같은 판단을 내렸다.
대법원은 해당 협력업체 근로자가 비슷한 취지로 현대차에 제기한 또 다른 소송에서도 지난달 원고 패소로 판결한 원심을 확정한 데 이어 이번에도 동일한 판단을 내렸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법원 판결 가운데 원청과 2차 협력업체 근로자 간 도급계약이 없는 경우도 묵시적 근로자파견관계를 인정한 판례가 여럿 나온 가운데 이에 반하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고 평가했다.
민경진 기자 m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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