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서울시장은 20일 한경 밀레니엄포럼에서 “핵심 정책을 추진할 때는 반걸음씩 앞서가려고 한다”고 말했다. 2021년 재·보궐선거를 통해 10년 만에 서울시로 돌아온 그는 한층 신중해졌다고 자신을 평가했다. 오 시장은 “서둘러 한 걸음을 가면 망할 수 있다는 걸 정치하면서 배웠다”고 강조했다.
오 시장이 노련한 행정가로 거듭난 배경엔 뼈아픈 과거가 있다. 첫 임기 때인 2011년 시장직을 걸고 무상급식 찬반 투표를 추진했다가 큰 곤욕을 치른 기억이 있다. 정치인으로서의 좌절뿐만 아니라 10년간의 야인생활을 대가로 치러야 했다. 두 번째 임기를 맞이한 그는 무리수를 두지 않으면서도 핵심 정책을 관철하는 원숙한 행정가의 면모를 보이고 있다. 한강 잠수교 보행교사업, 외국인 (육아)가사근로자 도입 정책이 대표적이다. 오 시장은 “외국인 가사근로자 정책은 우선 화두를 던져 놓은 다음 논의가 무르익을 때까지 3개월간 상황을 지켜봤다”며 “토론에 불이 붙기 시작하면서 결국 시범사업 단계까지 올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작년 9월 국무회의에서 정치인 중 처음으로 외국인 가사근로자 시범사업을 제안했다.
이날 포럼에서도 오 시장은 신중한 모습을 보였다. 패널들은 대형마트 의무휴일제 폐지, 서울시의 영어 공용어 등을 시장 권한으로 결단력 있게 추진하면 어떻겠냐고 제안했다. 그는 “문제의식에 공감하지만 어떤 일을 추진하기에 앞서 시민들을 충분히 이해시키는 게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오 시장은 “대형마트 의무휴일제를 화끈하게 폐지한 홍준표 대구시장을 높이 평가한다”면서도 “서울시는 지역별로 상황이 제각각이어서 자치구가 자율적으로 마트와 전통시장 간 상생 관계를 조율하도록 한다”고 말했다.
또 영어 공용어 지정에 대해선 “부산시가 영어 상용화를 서둘러 선언했다가 반대 여론에 부딪혀 오히려 사업이 더디게 추진되고 있다”고 에둘러 답했다.
최해련 기자 haery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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