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모든 행동을 아버지와 엮어서 또는 정치적으로 읽는 분들이 많은데 저는 부모님과 독립해서 산 지 오래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딸 조민 씨가 6월 22일 자신의 인스타그램을 통해 한 말이다. 조 씨를 둘러싼 재판 및 검찰의 기소 검토가 진행 중인 가운데 그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및 유튜브 활동이 관심을 모으고, 조 전 장관의 총선 출마설 등에 조 씨의 언행이 도마 위에 오르자 이를 일축하고자 내뱉은 말인 것이다.
조 씨는 호우 피해를 입은 이재민을 위해 100만원을 기부하는 '인증샷'을 인스타그램에 올렸다. 모친인 정경심 전 동양대 교수의 가석방이 불허된 소식이 알려진 직후의 일이다. 이런 조 씨를 바라보는 대중들의 시선은 어떠할까.
관련 콘텐츠로 父·정치권 내용으로 가득
소셜 데이터 플랫폼 썸트렌드에 따르면 이주 조 씨 이름으로 검색되는 게시물에서 나타난 긍·부정 키워드 1위는 '괴롭히다'(361건)였다. 그의 지지자들이 검찰이 조 전 장관의 항소심을 앞두고 조 씨를 소환 조사하겠다는 언론 보도를 공유하면서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조 씨를 괴롭힌다는 취지로 주장하는 SNS 글이 관심을 끌면서다.
그러나 그다음으로 많이 언급된 '혐의'(314건), '세금폭탄'(238건), '범죄'(105건)는 조 씨에게 반하는 여론이 담긴 글들이 인기를 끌면서 상위권을 차지했다. 그에게 부정적인 2~4위 키워드의 빈도를 합치면 1위인 '괴롭히다'의 약 2배에 달한다. 이러한 키워드가 담긴 글들에는 조 씨는 물론, 최근 조 장관의 발언을 거론하며 비판하는 내용이 담겼다.
특히 지난 17일 조 전 장관의 첫 항소심 공판에서 그의 변호인이 "생업에 종사하고 왕성하게 사회 활동하는 조 전 장관이 딸의 체험 학습 등을 언제 어디로 갔는지 일거수일투족을 알기 어려웠다"고 말한 부분이 누리꾼들의 심기를 건든 것으로 확인된다. 과거 조 전 장관 부부가 세금과 관련해 메시지를 서로 주고 받은 내용과 '아들 대리 시험' 논란을 언급하면서 "자상한 아빠이자 남편이었는데 몰랐을 리 있냐"고 의문을 제기하고 나선 것이다.
조 씨의 왕성한 온라인 활동은 끊임없이 그를 정치권에서 거론되게 만드는 이유를 제공하고 있기도 하다. 조 씨가 그간 사회적 논란에 대해 '자성하는 마음'을 거론하며 의사 면허를 반납하기로 한 다음 날 유튜브 구독자 20만명을 돌파한 사실을 알리며 감사의 뜻을 전하자 전여옥 전 새누리당(국민의힘 전신) 의원이 "자성하는 마음이 겨우 하루거리였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또 그가 SNS에 고려대와 부산대에 제기했던 입학 취소 관련 소송을 취하하겠다는 뜻을 밝히자 이준석 전 국민의힘 의원은 조 전 장관의 총선 출마설을 제기하기도 했다.
조 씨의 유튜브를 살펴보면 관련 유튜브 추천 영상으로 그가 부친과 함께 북콘서트에 나온 영상이나, 야권에서 활동하는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의 영상, '김어준의 뉴스공장', 한 장관을 겨냥하는 영상들이 뜨기도 한다. 유튜브 알고리즘은 콘텐츠 유사성을 고려한 콘텐츠 기반 필터링(Content-based Filtering)과 취향이 비슷한 이용자들이 서로 본 영상을 추천해주는 협업 필터링(Collaborative Filtering) 등으로 크게 이루어져 있다. 조 씨의 콘텐츠를 소비하는 지지자들부터가 그를 부친이나 정치권과 떨어트려 생각하지 못하고 있다고 해석할 수도 있는 대목이다.
그러나 조 씨의 가족과 관련된 사안들이 진행 중인 가운데 인스타그램에 기부 인증샷을 올린다거나, 부친의 책을 읽으며 홍보하는 모습, 자신의 재판과 관련된 입장 표명을 언제든 펼쳐볼 수 있는 사진이 아닌 인스타그램 스토리에만 게재하는 점 등은 정치권과 언론이 그의 SNS를 주시하게 만드는 이유가 돼 가고 있다. 또 그의 부친의 언행은 다시 조 씨를 향한 관심으로 이어지는 유인물이 되고 있다.
조 씨는 모친의 가석방 불허 후 기부 인증샷을 올린 것이 논란이 되자 돌연 삭제했다. 다음날 그는 성수동에서 한식 퓨전 음식을 먹는 모습을 올리고 유튜브에 2시간 동안 함께 일이나 공부하자며 실시간 영상을 올렸다. 이날 그의 영상에 가장 많은 '좋아요'를 받은 댓글은 "우리 가족 모두 조민 선생님을 응원합니다. 다 같이 그날이 올 때까지 힘내자구요"였다. 이날 그는 이 영상으로 200만원이 넘는 후원금을 모은 것으로 파악된다.
조 전 장관은 지난해 10월 초 부인의 치료에 집중하겠다면서 SNS를 접겠다고 밝혔으나 한 언론 보도와 관련해 해명이 필요하다며 44일 만에 침묵을 깼다. 약 반년 뒤인 지난 6월 그는 문 전 대통령을 만나 함께 찍은 사진을 공유하며 "지도도 나침반도 없는 '길 없는 길'을 걸어가겠다"고 밝혔다. 이에 그의 총선 출마설이 제기됐다.
2019~2020년 조 씨 입학 비리 논란을 비롯한 이른바 '조국 사태'는 대한민국 정치사에서 빼놓고 이야기할 수 없는 장면 중 하나다. 임기 3년 차인 2019년 여름, 긍정 평가가 부정 평가를 앞서며 문재인 전 대통령의 지지율은 40% 중후반을 기록했다. 그러나 공교롭게도 그해 8월 말 조 씨의 입학 비리 의혹이 제기된 후 문 전 대통령의 지지율은 부정 평가가 긍정 평가를 앞서기 시작하는 '데드크로스'를 보이기 시작했다.
민주당 내에서도 조 씨의 SNS 활동이나 조 전 장관의 출마설을 반기지 않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조응천 민주당 의원은 지난달 BBS 라디오 '전영신의 아침저널'에서 조 전 장관의 출마설에 대해 "총선 패배를 자초할 것이다. 중도층이 확 돌아설 것"이라고 우려를 전했다.
민주당 뿐만 아니라 정치권 안팎에서는 조 씨와 조 전 장관 '부녀'를 우려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이들이 적지 않다. 조국 사태 당시 불거졌던 사회적 갈등이 그만큼 컸기 때문이다. 조국 사태와 관련해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도 2020년 사업계획 정세분석에서 "소수 권력 기득권과 권력에서 소외된 대다수라는 한국 사회의 양극화 실상은 조국 사태를 거치며 적나라하게 드러났다"고 분석했다.
신현보 한경닷컴 기자 greaterfoo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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