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전국을 강타한 폭우의 후폭풍이 거세다. 이날 기준으로 서울 여의도 면적의 107배에 해당하는 3만4353㏊의 농경지가 물에 잠기는 바람에 전국 유통채널에 공급되는 농산물이 급감했기 때문이다. 22~23일 또 한 번의 비 소식이 예고된 만큼 소비자 사이에선 ‘농산물 가격이 더 오르는 것 아니냐’는 불안감이 확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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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찾은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서 백오이(5개입)는 한 달 전(4980원)보다 40.2% 급등한 6980원에 판매됐다. 백숙용 닭(500g·두 마리)은 16.0% 오른 1만1580원이었다.
팜에어·한경 농산물가격지수(KAPI)를 산출하는 예측 시스템 테란에 따르면 최근 1주일(14~20일)간 KAPI는 31.3% 급등해 162.59를 나타냈다. 테란에서 집계하는 22개 작물 중 15개가 지난주보다 가격이 올랐다.
국내산 오이는 79.2% 급등한 ㎏당 2610원에, 깻잎은 74.2% 오른 8389원에 거래됐다. 한 달 전과 비교하면 상승 폭은 더 크다. 상추(233.1%) 애호박(101.7%) 부추(77.3%) 등 폭우에 품질이 떨어진 농산물의 상승 폭이 두드러졌다.
생육기에 충분한 햇볕을 쬐어야 하는 오이는 생육이 부진해 이달 출하량이 전년 동월보다 40%가량 줄어들었다. 강원 홍천처럼 노지 재배를 주로 하는 지역에서는 밭 전체가 물에 잠기기도 했다.
애호박도 마찬가지다. 한 대형마트 채소 담당 바이어는 “가까스로 확보한 물량도 30~40%는 품질이 나빠 판매하지 못하고 있다”며 “날씨가 계속 좋지 않으면 추석까지 가격이 오를 수 있다”고 내다봤다. 대파는 경기와 충청 지역에서 수확 작업이 더딘 상태다. 다음달 강원도에서 대파가 출하되기 전까지는 가격 상승이 이어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농림축산식품부가 집계한 ‘7월 10~19일 호우로 인한 농업 분야 피해 현황’에 따르면 전국에서 폐사한 79만7000마리의 가축 중 닭이 92.7%를 차지했다. 대부분이 육계(고기용 닭)였다.
한반도 중남부 지역에 양계 농가가 몰려있고, 몸집이 크지 않은 닭이 폭우에 쉽게 떠내려갔다는 게 농식품부의 설명이다. 한 육가공업체 관계자는 “날이 더워질수록 양계장 온도를 낮게 유지하기 위한 에너지 비용이 늘어 닭고기 가격은 오르는 경향을 보인다”고 말했다.
정부는 호우로 인한 닭 폐사량이 전체의 1% 미만이기 때문에 공급에 영향을 미칠 정도는 아니라고 밝혔다. 하지만 조류인플루엔자(AI)와 사료 가격 인상 등으로 닭고기 가격은 지난 1년간 꾸준히 상승했다. 축산물품질평가원에 따르면 닭고기 1㎏ 소매 가격은 1년 전보다 11.5% 올랐다.
한경제 기자 hanky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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