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세제개편안 '찔끔 개선'으론 1%대 저성장 돌파 못한다

입력 2023-07-23 17:22   수정 2023-07-24 06:44

정부의 내년도 세법개정안이 가시화하고 있다. 해외 진출 기업의 국내 유턴 때 소득·법인세 감면 확대와 스타트업·K콘텐츠 투자에 대한 세제 혜택이 늘어날 전망이다. 근로자 출산·보육 수당의 소득세 비과세 한도도 20만원으로 오르고, 퇴직자 연금 세 부담도 줄 것으로 보인다.

다음해 시행을 전제하는 정부의 세제개편안은 통상 7~8월에 발표된다. 기획재정부 세제실의 한 해 농사로 예산안과 맞물린다. 대개 ‘예산부수법안’으로 정기국회에서 우선 처리안건이 된다.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이 초유의 1%대로 하락이 예고된 만큼 내년엔 경기 활성화가 시급한 과제로 대두될 수밖에 없다. 저성장 늪에서 벗어나려면 세제도 성장을 지원하는 쪽으로 전면 개편해야 한다.

무엇보다 민간 투자를 획기적으로 끌어올릴 방안이 필요하다. 설비투자와 연구개발(R&D) 투자에 전향적 지원이 필요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국 중 바닥권 경쟁력으로 평가받은 법인세 최고세율을 내리고 최악의 상속세도 현실성 있게 손봐야 한다. 소비 진작을 위해선 증여세 공제한도도 표나게 올릴 필요가 있다. 경기를 살려놓으면 세수가 는다. 세율은 그때 가서 올려도 된다. ‘찔끔 개선’으로 이 엄중한 시기를 놓치면 세제를 통한 경기 진작은 쓸모가 없어진다.

리쇼어링 기업에 대한 지원 방향은 옳다. 현행 ‘5년간 소득·법인세 전액 감면, 이후 2년간 추가 50% 감면’에서 각각 7년+3년으로 가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규제혁파와 복잡한 행정절차를 개선해야만 효과가 난다. 감세에 공장이전 비용의 20%까지 대준 미국에서 리쇼어링이 활기를 띠는 사례를 염두에 둬야 한다. 수도권 유턴 기업에 아무런 세금 혜택을 주지 않는 현행 제도는 재고해야 한다. 가뜩이나 경직적 고용제도가 온존하는 상황에서 수도권 역차별까지 시행하면 어떤 기업이 선뜻 돌아오려고 하겠나. 2014년 이후 기업 유턴은 고작 24개에 그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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