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자를 벗고 골프 경기를 해도 될까. 강제 규정은 없다. 미국프로골프(PGA)투어의 경우 규정에 ‘단정한 옷차림’ 정도를 요구하는 게 전부다. 콕 집어 금지하는 복장은 반바지(연습라운드에선 허용) 정도다. 조금 더 자유분방한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도 “복장이 단정해야 한다”고만 규정집에 써놨다.
그런데도 선수들이 모자를 늘 쓰는 이유는 규정보다 수입과 관련이 크다. 모자는 햇빛을 가려주는 기능뿐만 아니라 스폰서의 광고판 역할을 한다. 선수와 후원 기업은 이를 계약서에 적는다. 매니지먼트 관계자들에 따르면 계약서에 ‘선수는 방송 등 미디어 노출이 있는 공식 석상에 기업 로고가 달린 모자를 착용한다’는 문구를 넣는다. 한 매니지먼트사 관계자는 “어드레스를 하거나 걸을 때도 카메라가 선수 얼굴은 꼭 장면에 담기 때문에 ‘노출 빈도수’를 따지면 모자, 그것도 정면 자리 가격이 제일 높다”고 귀띔했다.
중계 카메라가 따라다니는 대회와 촬영 등은 당연히 공식 석상이다. 데이를 후원하는 나이키 관계자는 디오픈에서 모자를 벗은 것과 관련, “언제 모자를 쓰고 벗는지에 대한 세부 내용까진 계약서에 적지 않는다”며 “애초에 모자를 쓰지 않고 나왔다면 문제가 될 수도 있지만, 선수들이 더 좋은 경기 내용을 보여주기 위한 행동이기 때문에 문제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로리 매킬로이(34·북아일랜드)는 2년 전 도쿄올림픽에서 모자를 아예 쓰지 않고 경기했다가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적이 있다. 폭염에도 모자를 쓰지 않고 출전하는 매킬로이를 두고 당시 여러 해석이 나왔다. 올림픽에서 선수들은 소속 국가의 유니폼을 입고 출전해야 하는데, 매킬로이가 스폰서인 나이키 로고가 없는 모자 쓰기를 거부했다는 것. 이런 논란은 매킬로이가 직접 해명하면서 사그라들었다. 그는 “나는 머리가 작고, 그래서 나이키에서 제작해주는 모자를 썼는데 올림픽에서는 작은 모자를 준비하지 못했다”며 “큰 모자를 쓰면 스윙에 방해된다”고 해명했다.
조희찬 기자 etwood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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