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시스템 반도체의 역사를 만들어 나가겠습니다, 코스닥 상장으로 첫 단추를 잘 끼워 후배 업체에 길을 열어주겠습니다."
이지효 파두 대표는 24일 서울 여의도 63빌딩에서 기업설명회를 열고 상장 후 포부를 밝혔다. 파두는 기술특례 상장 방식으로 코스닥 시장에 도전한다. 회사는 하반기 코스닥 기업공개(IPO) 시장 최대어로 꼽힌다. 공모가 상단 기준 파두의 시가총액은 1조5000억원에 달하기 때문이다. 상장에 성공한다면 올해 상장한 기업 가운데 첫 조단위 업체가 된다.
파두는 데이터센터용 반도체 설계를 전문으로 하는 팹리스 업체다. 서울대 공대 '메모리 및 스토리지 구조연구실' 출신 연구원들이 2015년에 설립했다. 파두는 국내 팹리스 기업 중 최초의 유니콘 기업(기업가치 1조원 이상 스타트업)으로 알려져 있다. 올해 초 프리IPO(상장 전 지분투자) 때 기업가치 1조800억원을 인정받았다.
파두의 핵심제품은 데이터센터에서 사용되는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컨트롤러다. SSD는 고성능 메모리 반도체인 낸드에 기반한 데이터 저장장치다. SSD 컨트롤러는 낸드를 병렬적으로 구성해 속도를 높이고, 데이터 손실을 방지하는 역할을 한다. 이 대표는 자사의 제품이 기존의 콘트롤러에 비해 저전력으로 높은 성능을 낼 수 있다고 소개했다. 파두는 글로벌 하이퍼 스케일러(대규모 데이터센터 운용업체) 및 메모리 업체들을 고객사로 확보했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현재 파두의 SSD 콘트롤러가 관련 시장에서 가장 앞선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며 "미국 빅테크 업체로부터 성능, 신뢰성을 인정받았다"고 덧붙였다.
파두는 SSD 시장이 연평균 19% 성장하고 있다고 밝혔다. 인공지능(AI), 동영상 스트리밍, 자율주행차 등이 원활하게 작동하려면 대규모 서버가 필요해 데이터 센터에 탑재되는 반도체의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이 대표는 "자동차, 사물인터넷(IoT) 등 일상의 모든 분야에 반도체가 적용되고 있다"며 "정보기술(IT) 시장에서 반도체는 가장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파두는 전력반도체, 통신반도체, 연산반도체를 개발하고 있다. 이 가운데 전력반도체는 이미 시제품이 나왔다. 회사는 데이터센터, 자동차 업체로 전력반도체를 공급할 예정이며 내년부터 양산에 돌입할 계획이다.
회사는 2027∼2030년에는 AI, CXL(CPU와 다수의 메모리, GPU와 같은 가속기들을 이어 붙일 수 있는 새로운 인터페이스) 등 다양한 분야의 차세대 반도체를 개발해 전 세계 데이터센터가 필요로 하는 종합 솔루션을 제공할 방침이다.
2020년 8억원이던 파두의 매출액은 지난해 564억원으로 급증했다. 2021년까지 영업손실을 기록했지만 지난해 15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두며 흑자 전환했다. 이 대표는 "2021년 4분기부터 SSD 콘트롤러 양산을 시작해 페이스북 모회사인 메타에 공급하며 매출이 크게 늘었다"며 "내년 중반께부터 실적이 본격적으로 개선될 것"이라고 밝혔다.
파두의 공모주식수는 625만주로 전량 신주 모집으로 공모한다. 상장 직후 유통가능물량은 1870만4445주로 전체의 38.92%에 달한다. 이에 대해 이 대표는 "투자자들과 오랜 기간 신뢰를 쌓아온 만큼 상장 후 바로 엑시트(투자비 회수)하진 않을 것으로 판단한다"고 했다. 통상 유통가능 물량이 많으면 주가 변동성이 클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파두의 희망 공모가 범위는 2만6000~3만1000원이다. 공모가 상단 기준 최대 1938억원을 조달할 계획이다. 회사는 상장을 통해 확보된 자금을 운영자금과 차세대반도체 개발에 사용할 계획이다. 공모 자금 사용처. 파두는 이날부터 25일까지 기관투자자 대상 수요 예측을 진행해 공모가를 확정하고, 오는 27~28일 양일간 일반 청약을 받는다. 코스닥 상장 예정일은 내달 7일이며 대표주관사는 NH투자증권, 공동주관사는 한국투자증권이다.
진영기 한경닷컴 기자 young71@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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