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수 재개발 초고층 경쟁…"최소 70층은 돼야"

입력 2023-07-24 17:39   수정 2023-08-01 20:36


서울 성동구 성수전략정비구역 내 재개발 예정지가 고층·고급 아파트 개발 기대감에 들썩이고 있다. 성수전략정비구역으로 묶인 4개 지구가 최대 80층 재개발 계획안을 준비하고 있어서다. 애초 50층 규모의 재개발을 추진했던 조합은 최고 80층 계획안을 앞세워 고급화 경쟁에 나서고 있다. 그러나 일부에선 초고층 재개발에 따른 공사비 증가와 공사기간 연장 등 비용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1~4지구 최고 80층 계획안 준비
24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성수전략정비구역 4지구 조합원은 서울시에 제출하기 위한 새로운 건축계획안을 마련했다. 주동 층수를 기존 지하 1층~지상 50층에서 지하 4층~지상 최고 77층으로 확대하는 내용이다. 임대 물량을 늘려 용적률을 추가 확보하는 동시에 층수를 높이는 내용이다. 동 간 간격은 넓히고 사업성은 높이겠다는 계획이다.

계획안에 따르면 4지구는 현재 성수동에서 가장 높은 층수를 가진 아크로서울포레스트(49층)보다 30층가량 더 높게 지어진다. 향후 자산가치를 생각해 같은 초고층 단지 사이에서도 최고 층수라는 상징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판단에서다. 조합 관계자는 “지금은 직무대행 체제지만 과반수 조합원의 의사를 모아 계획안을 마련했다”며 “오는 10월 조합 집행부가 구성되면 같은 내용으로 건축계획을 정식 추진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1~3지구도 조합원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하고 있다. 1·2지구는 조합이 50층 안과 70층 안을 제시했는데, 조합원 대다수가 70층을 원한 것으로 나타났다. 1지구 조합 관계자는 “당장 층수를 정하는 것은 아니지만 70층을 원하는 조합원이 다수”라며 “향후 총회에서 확정할 예정”이라고 했다.

3지구 역시 최대 80층 규모의 건축 계획을 염두에 두고 조합원 설문을 진행 중이다. 3지구 조합 관계자는 “50층까지 짓더라도 사업성을 높이기 위해 고급화하는 방안 등 여러 가능성을 검토했다”며 “이달 말까지 서울시에 의견을 내야 해서 조합원 의중을 반영해 제출할 계획”이라고 했다.
규제 완화 기대감↑…공사비는 변수
성수동 4개 지구가 최대 80층 재개발에 나선 것은 서울시가 50층으로 묶여 있던 건축 제한을 완화했기 때문이다. 서울시는 지난달 하순 공개한 ‘성수전략정비구역 재개발 정비계획 변경안’을 통해 일괄 적용하던 150m·50층 높이 규제를 폐지하고 유연한 건축계획을 제시했다. 설계에 따라서는 완화된 규제를 적용받아 80층 건축도 가능할 전망이다.

조합원들은 벌써 초고층·고급화 재개발에 대한 기대감이 크다. 한 성수전략정비구역 조합 관계자는 “오랫동안 사업을 기다린 만큼 용적률·층수 제한 완화에 기대가 크다”며 “주택형 구성 등 고급화 설계에 대한 의견이 많이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2지구는 중소형 가구의 면적을 줄이는 대신 대형 가구 수를 늘리는 안을 검토 중이다. 대형 주택을 선호하는 조합원이 많은 데다 단지 고급화에도 대형 가구 확대가 유리하기 때문이다. 소형 가구의 권리가액이 낮아져 현금청산 대상이던 일부 조합원을 구제할 수도 있다.

그러나 조합원 사이에서는 초고층·고급화 설계에 대해 “공사비를 감당할 수 없을 수도 있다”며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실제로 70층 이상 초고층 재개발을 할 경우 49층 이하 건축 때보다 공사비가 두 배 이상 늘어날 수 있다. 서초구 반포동 반포주공 1단지 1·2·4주구는 50층과 35층 재건축을 놓고 투표를 진행했는데, 조합원들이 공사비 증가와 사업 지연을 우려해 층수 상향이 무산됐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50층 이상 건축을 하면 추가 규제에 더해 공사 기간과 공사비 산정 기준이 달라진다”며 “비용이 지금 사업장의 2배 이상 들어갈 것”이라고 했다.

성수전략정비구역 관계자는 “조합 집행부는 50층 계획안에 무게를 실었지만 조합원들이 70층 이상을 원하는 상황”이라며 “향후 공사비 산정 때 갈등 요소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유오상 기자 osy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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