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 이전에 풍수지리 논란?…세종시땐 평가점수도 매겨 [오형주의 정읽남]

입력 2023-07-24 18:54   수정 2023-07-24 19:41



지난해 윤석열 대통령 관저 이전 과정에서 풍수지리 전문가인 백재권 사이버한국외국어대 겸임교수가 참여한 사실이 드러나 정치권에서 논란이 되고 있다.

박성준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지난 22일 “대통령의 관저를 선정하는 것은 개인이 부동산을 둘러보러 다니는 것이 아닌 중대한 국정 사안”이라며 “중대한 국정 사안을 풍수지리가의 조언을 들어 결정한다는 것은 언어도단”이라고 말했다.

같은 당 한민수 대변인도 24일 “조선시대로 따지면 지관이 가서 땅 터 봐주고 그런 것”이라며 “이분이 또 얘기하기를 ‘용산으로 옮긴 뒤에 막힌 혈이 뚫렸다’ 했는데 우리 국민 대다수가 어떻게 그걸 받아들이겠나”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강민국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백 교수는 풍수지리학계 최고 권위자로 청와대 이전 태스크포스(TF)는 백 교수의 풍수지리학적 견해를 참고차 들은 것”이라며 “백 교수는 19대 대통령 선거 당시 문재인 전 대통령 부인 김정숙 여사를 만나 조언을 한 적도 있고, 2017년에는 이재명 당시 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 부부까지 만난 적 있다”고 반박했다.

대통령실은 윤석열 정부 뿐 아니라 역대 정권에서도 후보지 등을 결정할 때 풍수지리 전문가의 의견을 참고해왔다며 풍수지리를 마치 무속과 동일한 것으로 몰아가는 야당의 공격은 지나치다는 입장이다.

실제 노무현 정부 당시 추진된 신행정수도 이전 과정에서도 풍수지리 전문가들이 참여한 사실이 확인된다. 2004년 발간된 ‘신행정수도 백서’를 보면 당시 신행정수도 건설 추진위원회는 85명 규모 자문위원단을 꾸렸다.

이 자문위원단에는 풍수지리 전문가인 이대우 서문풍수조경연구소 대표(환경 분과), 김두규 우석대 교수(도시계획 분과)도 포함됐다.

이들은 추진위 논의 과정에서 자신들의 풍수지리 지식을 활용해 의견을 냈다. 김두규 교수는 2004년 3월 2일 열린 추진위 워크숍에서 ‘정감록과 풍수’를 주제로 발표했다. 5월 7일 천안에서는 ‘풍수지리와 신행정수도’를 주제로 심포지엄이 열리기도 했다. 이 자리에는 당시 심대평 충남지사와 강용식 자문위원장 등 200여명 참석했다.


이대우 대표는 7월 16일 서울 건설회관에서 열린 공청회에 토론자로 참여했다. 이 대표는 같은달 28일에는 당시 유력 후보지였던 연기군 남면(현 세종특별자치시) 일대를 찾아 나침반을 이용해 현지를 조사하기도 했다.

신행정수도 입지 선정 과정에서는 풍수지리의 기본조건으로 꼽히는 ‘배산임수’가 평가항목으로 들어가기도 했다. 당시 추진위는 5가지 기본평가 항목마다 가중치(100점 만점)를 매겼는데 그 중 하나가 ‘삶의 터전으로서 자연조건’(10.20점)이었다.

여기에는 지형의 안전성(2.82점), 도시유지관리의 효율성(2.56점), 자연환경의 양호성(2.20점), 경관(1.50점)과 함께 배산임수(1.12점)가 세부평가항목으로 포함됐다.


추진위는 평가자료집을 작성하면서 배산임수에 대해 “후보지에 대한 설명자료 외에도 후보지 현장조사를 바탕으로 전통지리학적 입지관의 부합성을 평가하도록 한다”고 설명했다.

공교롭게도 풍수지리 전문가가 포함된 신행정수도 추진위원회의 공동위원장은 이해찬 당시 국무총리였다. 이 전 총리는 이후 민주당 대표를 역임하고 지금은 상임고문으로 있다.

오형주 기자 oh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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