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는 올해 2분기 매출이 60조55억원, 영업이익은 6685억원으로 집계됐다고 27일 발표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매출은 22.3%, 영업이익은 95.3% 급감했다. 4조3600억원 규모 영업손실을 기록한 반도체 사업이 전체 실적을 끌어내렸다. 갤럭시 S23 출하량이 감소한 여파로 스마트폰 사업의 영업이익도 전 분기 대비 9000억원(23.1%) 감소한 3조400억원에 그쳤다.
실적 공개 직후 암울하던 분위기는 실적설명회(콘퍼런스콜)가 시작되면서 바뀌었다. 그동안 업황에 대해 신중론을 편 삼성전자가 ‘낙관론’으로 돌아섰기 때문이다. 김재준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부사장은 “감산 영향으로 D램, 낸드플래시 모두 재고가 지난 5월 정점(피크)을 찍고 빠른 속도로 줄고 있다”며 “(고객사인) PC와 스마트폰 업체를 중심으로 재고 조정도 상당 수준 진행됐다”고 말했다. 고객사들이 재고로 쌓아둔 D램, 낸드플래시를 상당 부분 꺼내 썼고, 일부는 삼성전자에 제품 구매 주문을 넣고 있다는 의미다.
이날 반도체 업황 낙관론의 영향으로 삼성전자 주가는 2.72% 오른 7만1700원에 마감했다.
이달 26일 SK하이닉스가 ‘낸드플래시 5~10% 추가 감산’을 밝힌 데 이어 삼성전자까지 생산량 추가 감축을 공식화하면서 메모리 반도체 업황 회복 속도가 빨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생산을 줄이면 고객·제조사의 재고가 감소하고 제품 가격이 상승세로 돌아설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고객사 재고 조정이 일단락되면서 하반기 시황이 점차 안정화될 것”이라며 “모바일·PC업체의 메모리 반도체 재고 수준이 정상화되고 있고 하반기 신제품 출시 등으로 수요도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삼성전자는 ‘초격차’를 위한 기술·시설 투자에 적극 나서겠다는 뜻을 나타냈다. 올해 2분기 사상 최대 규모(연구개발 7조2000억원, 시설 14조5000억원) 투자를 단행한 데 이어 하반기에도 차별화된 투자 전략으로 미래 성장을 준비하겠다는 것이다.
최근 SK하이닉스와의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 고대역폭메모리(HBM)와 관련해선 내년 생산능력을 두 배로 늘릴 계획이다. HBM은 생성형 인공지능(AI)용 서버에 적용되는 고용량 D램이다. HBM 시장은 향후 5년간 연평균 30%대 중반의 높은 성장률을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HBM 선도업체로서 올해는 전년 대비 두 배 수준인 10억GB(기가바이트)를 넘어서는 고객사 수요를 이미 확보했다”며 “증설 투자를 통해 내년 생산능력을 올해보다 두 배 이상으로 높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삼성전자는 HBM 공정의 핵심 기술인 논컨덕티브필름(NCF)과 관련해서도 “12단 HBM부터 칩 휘어짐에 기인한 기술적 문제가 생길 수 있는데 NCF 기술은 칩 휘어짐을 용이하게 제어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삼성전자는 차량용 메모리 반도체 시장도 적극 공략할 계획이다. 전기차와 자율주행차 시대가 오면서 차량용 칩 수요가 늘고 있어서다. 김 부사장은 “차량용 메모리 반도체 시장 규모는 2030년 PC용 시장보다 커질 것”이라며 “삼성전자는 차량용 메모리 반도체 사업 시작 이후 현재까지 8년간 납품에 아무런 문제없이 신뢰를 쌓았다”고 평가했다. 이어 “최근엔 메이저업체에 차세대저장장치(UFS) 납품을 완료했다”고 덧붙였다.
삼성전자의 TV·가전, 디스플레이 사업의 2분기 영업이익은 각각 7400억원, 8400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TV·가전은 105.6% 늘었지만 디스플레이는 20.8% 줄었다. 삼성전자는 두 사업 모두 하반기엔 신제품 출시 효과로 실적이 개선될 것으로 전망했다.
황정수/김익환 기자 hj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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