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경영자와 실무자

입력 2023-07-28 18:14   수정 2023-07-29 00:31

필자가 하는 일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만남’이다. 젊은 창업가를 만나서 투자를 유치하고 회사 성장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는 일을 한다. 다른 한편으로는 젊은 심사역을 만나고 시장의 흐름을 마주하는, 그야말로 만남의 연속이다.

거창하게 이 일을 ‘스타트업 투자’라고 하지만 본질적으로는 투자 대상인 창업가와 자금을 운용하는 젊은 심사역 간 정보 비대칭의 간극을 메우는 일이다. 펀드에 투자하는 기관투자가(LP)의 투자 수익 극대화가 업의 첫 번째 목적이고, 이를 위해 투자한 회사가 성장해서 우리 사회에 조금이라도 의미 있는 변화를 이뤄내는 것이 두 번째 목적일 것이다. 이런 목적 달성을 위해 제일 중요한 것은 좋은 창업가를 만나는 행운이고, 두 번째는 재무 투자 외에 이제까지의 경험과 축적된 네트워크로 투자한 회사가 성장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필자가 창업한 회사도 스타트업이다 보니 필자가 경영자이자 실무자다. 만나는 스타트업 대표도 그렇다. 펀드 출자자는 금융회사든 기업이든 경영자와 실무자 간 역할과 권한이 명확하게 구분돼 있다. 스타트업 대표와 투자심사역은 젊다는 공통분모 외에는 다 다르다. 한쪽은 꿈을 현실화하고자 미래를 이야기하는 데 비해 다른 한쪽은 아주 이성적이고 합리적이며 분석적이다.

스타트업은 초기에는 경영자(창업자)와 실무자 간 조직의 목표 달성을 위한 의사결정과 행동의 동기에 거의 차이가 없다. 이에 비해 임기가 정해진 전문경영인이 있는 기존 기업은 경영인과 실무자의 의사결정 및 동기가 동일하기 힘들다. 이런 의견에 실무자가 무슨 의사결정 권한이 있냐고 반문하는 사람도 있을 수 있다. 과연 그럴까? 임기가 정해진 전문경영인과 실무자 간에는 의사결정에 따르는 부담해야 할 ‘책임의 시간’에서 근본적인 차이가 발생한다. 이로 인해 양자가 추구하는 의사결정 과정에서 각자 고려하는 사항이 달라진다. 종종 실무자들이 잘 움직이지 않는다고 고민하는 또래 경영자들이 상담을 요청하면 필자는 이렇게 조언한다.

“우리가 이제껏 축적한 경험도 인공지능(AI)과 다를 바 없다. 다만 설명할 수 없다(AI도 결과를 설명해주지 않는다). 하지만 지금 젊은 실무자들이 주인공이 되는 세상에서는 우리의 경험이 연관성이 없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학습 데이터의 차이). 그리고 실무자는 보통 본인의 업무에 대해서는 우리보다 실무적 분석 측면에서 더 많은 시간을 투입했을 가능성이 높다. 그럼에도 우리의 경험 혹은 인사이트가 실무자의 분석적 의견보다 조금이라도 낫다는 확신이 있다면 결과에 책임진다는 내용을 문서로 남겨라. 그러면 젊은 실무자가 마음으로 따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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