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단횡단을 하는 보행자와 부딪히는 사고를 겪은 한 자동차 운전자가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다. 담당 판사에게 당시 사고 기록이 담긴 36초 길이의 블랙박스 영상을 확인해달라고 요청했지만, '볼 시간이 없다'며 거부당했다는 주장이다.
최근 교통사고 전문 한문철 변호사가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 '한문철 TV'에는 '제발 한 번만 봐달라고 했는데, 판사님은 블랙박스 볼 시간이 없다고 결국 안 보셨어요'라는 제목의 영상이 올라왔다.
영상의 제보자이자 차량 운전자인 A씨가 공개한 블랙박스 영상에 따르면 그는 지난 6월 19일 오후 2시께 대구의 한 도로에서 보행자 신호가 켜지자 횡단보도 앞에서 차를 멈춰 세웠다.
보행자 신호가 종료된 후에도 A씨는 길을 마저 건너지 못한 보행자를 확인하고자 약 2초간 여유를 갖고 출발했다. 하지만 그때 차량의 왼쪽 뒤편 중앙분리봉을 넘어 튀어나온 보행자와 부딪히고 말았다.
실시간으로 진행된 시청자 투표에서 이번 사고에서 운전자 잘못 여부 의견을 물은 결과 '잘못이 없다'는 의견은 98%(49명), '잘못이 있다'는 응답은 2%(1명)로 집계됐다. 한문철 변호사는 잘못이 있다는 응답이 1건 나오자 "장난치지 말아라. 심한 것 아니냐"면서 탄식했다.
하지만 경찰은 A씨가 안전 운전 의무를 위반한 '가해 차량'이라고 봤다. 이어 "차 대 사람 사고는 무조건 차에 잘못이 있다"면서 범칙금을 부과받았다고 한다. 이를 납득할 수 없었던 A씨는 범칙금 납부를 거부하고 즉결심판을 청구했다.
이어진 즉결심판에서 A씨는 벌금 10만원을 선고받았다고 한다. A씨에 따르면 재판 과정에서 A씨는 담당 판사에게 "제발 블랙박스 한 번만 봐달라"고 호소했지만, 판사는 "볼 시간이 없다"면서 "억울하면 정식재판을 청구하라"고 거부했다. 그가 이번에 이 사건을 제보하게 된 결정적인 이유다. A씨는 "횡단보도 첫 출발 때마다 앞, 뒤, 옆 다 보는 버릇이 생겼다"며 "저희는 너무 억울해 정식재판으로 가고 싶다"고 토로했다.
한문철 변호사는 "A씨가 좌우 모두 살피고 신호가 바뀐 뒤 '2초의 여유'까지 다 지켰는데, 사고를 피할 수 있었냐"며 "2초의 여유는 앞을 보라는 것이지 뒤를 보라는 게 아니다. A씨에겐 잘못이 없어야겠다. 곧바로 경찰서장에게 정식재판을 청구하라. 36초짜리 블랙박스 영상을 '도저히 볼 시간이 없다'고 한 판사가 정말 원망스러웠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해당 판사를 향해 "36초 볼 시간이 없어서…참나, 판사님 즉결심판 받으러 오기까지 얼마나 시간이 오래 걸리고 스트레스 많이 받았겠냐"며 "제발 블랙박스 1분만 봐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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