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지역주택조합의 조합원이 누나의 실수로 세대주가 변경돼 조합원 자격을 박탈 당했지만 소송전을 벌인 끝에 법정에서 조합원 지위를 인정받았다. 5년 만에 조합원 자격을 되찾으면서 뒤늦게나마 아파트에 입주할 수 있게 됐다. 법원은 부득이한 이유로 세대주가 일시적으로 바뀐 것이기 때문에 이 조합원의 자격을 그대로 유지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31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등법원 인천재판부 민사2부(재판장 김유진 부장판사)는 A씨가 지역주택조합 조합원 자격을 인정해주지 않은 1심 판결에 불복해 제기한 항소심에서 최근 원심을 뒤집고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조합 측이 상고를 포기하면서 A씨는 조합원 자격을 되찾았다.
A씨는 2016년 9월 인천의 한 지역주택조합에 가입했다. 그는 건설 예정인 아파트단지 중 한 채를 약 4억원에 분양받는 계약을 체결했다. 조합 측은 옛 주택법 시행령(38조 1항)을 근거로 A씨에게 아파트 입주가 가능해지는 2020년 7월13일까지 세대주로 있어야 조합원 자격을 유지할 수 있다고 공지했다.
그런데 A씨의 누나인 B씨가 A씨 집으로 이사 오면서 상황이 급변했다. B씨는 2018년 4월 27일 A씨 주소로 전입신고를 하는 과정에서 착오로 자신을 세대주로 변경했다. A씨는 이를 뒤늦게 알아채고 3개월 후인 7월 30일 다시 본인으로 세대주를 변경했지만 조합 측은 “세대주 변경에 따라 자동으로 조합원 자격이 상실됐다”고 통보했다. 조합원 자격이 사라지면서 아파트를 분양받는 계약도 함께 해지됐다고도 알렸다.
A씨는 이 같은 조치에 반발해 조합원 자격이 있음을 확인해달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하지만 1심에선 그의 주장이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1심 재판부는 “A씨 사례는 옛 주택법 시행령 38조 2항에서 정한 ‘근무·질병 치료·유학·결혼 등 부득이한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면서 “B씨가 세대주였던 기간도 70일을 초과했기 때문에 A씨가 일시적으로 세대주 자격을 잃었다고도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또한 “전입신고 서식과 세대주 변경 서식이 각각 다른데 세대주 변경 서류만 제출해 전입신고를 했다는 B씨의 증언도 믿기 어렵다”고 했다.
2심 판단은 달랐다. 항소심 재판부는 세대주 변경신고 자체는 유효하다고 봤지만, A씨의 사례는 부득이한 사유로 세대주 자격을 일시적으로 잃은 경우로 봐야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옛 주택법 시행령 취지상 근무·질병 치료·유학·결혼만이 아니라 A씨 사례 같은 경우도 부득이한 사유로 포함한다고 봐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A씨가 아파트 입주 가능일을 2년 남겨둔 상황에서 굳이 세대주 지위를 포기할 동기가 있었다고 보기도 어렵다”고도 덧붙였다.
김진성 기자 jskim1028@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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