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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0년대 반도체가 산업 전면에 등장한 이후 기술 경쟁력의 척도는 ‘단일 칩을 얼마나 잘 만드느냐’였다. 삼성전자, 인텔, TSMC는 제조 경쟁력을 바탕으로 각각 D램, 중앙처리장치(CPU),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영역에서 넘볼 수 없는 입지를 다졌다. 최근엔 판이 바뀌고 있다. 인공지능(AI) 기술 확산으로 대용량·고성능 반도체 수요가 커지면서 여러 칩을 잘 묶어 성능을 극대화하는 ‘첨단패키징(advanced packaging)’ 기술이 전면에 등장했다. 반도체업계에선 “앞으로 첨단패키징 경쟁력이 반도체 기업의 명운을 가를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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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반도체 기업은 나노미터(㎚: 1㎚=10억분의 1m) 단위까지 선폭(회로의 폭)을 줄여 초소형·저전력·고성능 칩을 만드는 경쟁을 벌였다. 하지만 최신 공정의 선폭이 3㎚ 이하에 진입하면서 칩을 미세화하는 비용이 증가한 데다 추가적인 기술 개발도 힘들어졌다.
이런 가운데 첨단패키징이 대안으로 떠올랐다. 여러 칩을 쌓고 묶으면 고성능 칩 하나를 작동하는 것 못지않게 뛰어난 성능을 낼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반도체기업들은 D램 4개, 8개, 12개 등을 수직으로 쌓아 일반 D램 대비 10배 이상 빠른 HBM을 만들고, HBM과 GPU를 최대한 가깝게 배치해 ‘데이터 병목 현상’을 줄이는 ‘2.5D(차원) 패키징’에 주력하고 있다.
삼성전자도 첨단패키징 육성에 팔을 걷어붙였다. 2021년 2.5D 패키징 기술 ‘아이큐브’를 공개했고, 작년 말엔AVP(첨단패키징)팀을 신설했다. 내년 2분기부터는 4개의 HBM을 GPU 등과 함께 배치한 ‘아이큐브4’를 양산하고 3분기엔 8개의 HBM을 배치한 ‘아이큐브8’을 양산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는 올 연말께 엔비디아에 3세대 HBM인 ‘HBM3’를 공급하고 이를 개별 GPU칩과 패키징하는 아이큐브4를 활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인텔도 적극적이다. 첨단패키징 설비에만 47억5000만달러(약 6조1000억원)를 투자할 계획이다.
황정수/김익환 기자 hj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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