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가 쌀 수출을 금지하면서 전세계 식량위기가 닥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
2일(현지시간) 영국 BBC는 전세계 쌀 무역의 40% 차지하는 세계 최대 수출국 인도가 쌀 수출을 금지하면서 쌀을 주식으로 삼는 수십억명의 식량 안보를 위협하고 쌀값 폭등을 야기할 수 있다고 전했다.
지난달 인도 정부는 이상 기후로 곡물 가격이 크게 오르자 국내 쌀값을 낮추기 위해 비(非)바스마티 백미(바스마티가 아닌 흰쌀 품종) 수출을 금지했다. 바스마티 쌀은 길고 홀쭉한 쌀로 주로 인도와 파키스탄에서 경작한다.
인도의 주요 쌀 수입국은 중국 필리핀 나이지리아 등이다. 쌀은 아프리카 지역에서 소비가 많이 늘어나고 있으며 쿠바 파나마 등 중남미에서도 주요 식량이다.
전세계 쌀 무역량은 5600만톤으로 추정되는데, 지난해 인도는 약 140개국에 2200만톤의 쌀을 수출했다. 이 중 600만톤이 인디카 백미이고, 인도는 전세계 쌀 무역의 약 70%를 차지하고 있는 인디카 백미의 수출을 중단한 것이다. 지난해 인도가 싸라기(깨진 쌀) 수출을 금지하고 비바스마티 쌀 수출에 20% 관세 부과에 이은 추가 조치다.
이에 쌀값 급등에 대한 우려가 커졌다. 피에르 올리비에 구린카스 IMF 수석 경제학자는 “인도의 쌀 수출 금지가 가격을 상승시킬 것이며 올해 세계 곡물 가격에 최대 15% 오를 수 있다”고 전망했다.
셜리 무스타파 유엔식량농업기구(FAO)의 쌀 시장 분석가 역시 “전세계 쌀 가격은 지난 6월 이후 14% 오르는 등 지난해 초부터 꾸준히 상승하고 있는데 인도의 수출 금지 조치가 적절한 시기로 보여지지 않는다”고 우려를 표했다. 이어 “새로운 작물이 공급되기까지 아직 약 3개월 정도 남아있다는 것을 감안할 때 공급에 더 큰 압박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인도의 쌀 수출 금지로 세계 식량 안보에도 빨간 불이 켜졌다. 국제식량정책연구소(Ifpri)에 따르면 약 42개국의 쌀 수입량 절반 이상이 인도에서 생산되며, 아프리카 국가의 쌀 수입에서도 인도 시장 점유율은 80%를 넘는다.
이러한 수출 금지는 소득의 대부분을 음식을 사는데 쓰는 경제적 취약계층에 가장 큰 피해를 준다는 분석이다. 물가가 오르면 취약계층은 소비하는 음식의 양을 줄이거나, 영양학적으로 좋지 않은 대안으로 바꾸거나 혹은 다른 기본적인 필수품의 지출을 줄이게 된다.
인도 싱크탱크인 인도국제경제관계연구위원회 관계자는 “세계 백미 가격이 급등할 것이 분명하며, 많은 아프리카 국가의 식량 안보에 악영향을 미칠 것” 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인도가 G20(주요 20개국)에서 책임있는 리더가 되려면 이런 갑작스러운 수출 금지는 피해야 하고 인도가 신뢰할 수 없는 쌀 공급국으로 인식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조영선 기자 cho0s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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