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금 지급일 연장하고 안 지킨 사업주…대법 "형사처벌 대상"

입력 2023-08-03 12:00   수정 2023-08-04 08:54

근로자와 합의로 연장한 퇴직금 지급기일까지 퇴직금을 지급하지 않은 사용자를 형사처벌할 수 있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3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3부는 퇴직급여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A씨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동부지법으로 돌려보냈다. 재판부는 사용자가 근로자와 합의해 퇴직금 지급기일을 연장할 수 있도록 한 퇴직급여법 제9조의 단서를 두고 "연장한 지급기일까지 퇴직금을 지급하지 않은 사용자의 형사책임까지 배제하는 취지라고 볼 수 없다"며 이같이 선고했다.

근로자 B씨는 A씨가 운영하는 세탁소에서 약 16년간 근무하다가 2021년 5월 28일 퇴직했다. A씨와 B씨와 같은 해 6월 16일까지 퇴직금 2900만원 중 일부를 지급하고 나머지는 그 이후에 건네주기로 합의했다. 하지만 A씨는 퇴직금 지급기일이 지나도록 퇴직금을 전혀 지급하지 않았다. 이에 검찰은 A씨를 퇴직급여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퇴직급여법 제9조 1항은 '퇴직금은 지급사유가 발생한 날부터 14일 이내에 지급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다만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 당사자 간의 합의에 따라 지급기일을 연장할 수 있다.

1심은 A씨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1심 재판부는 퇴직급여법 제9조를 놓고 "퇴직금 지급사유 발생일로부터 14일 이내에 퇴직금을 지급하거나, 기일연장을 합의하는 경우에는 형사처벌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이 사건의 경우 사용자가 퇴직금 지급사유 발생일로부터 14일 이내에 근로자와 지급기일 연장에 대해 합의한 까닭에 처벌 대상이 아니라고 봤다. 2심도 1심 판단이 정당하다고 봤다.

하지만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은 "퇴직급여법 제9조의 취지는 퇴직금 미지급으로 근로자가 부당하게 사용자에게 예속되거나, 근로자 생활이 위협받을 우려가 있으므로 법률관계를 조기에 청산하도록 강제하려는 데 있다"며 "퇴직급여법 제9조 단서는 당사자 간의 합의에 따라 지급기일을 연장할 수 있도록 하는 규정에 불과하다"고 판시했다. 이어 "지급기일까지 퇴직금을 지급하지 않았다면 퇴직급여법 제9조 위반죄가 성립한다"고 덧붙였다.

대법원 관계자는 "합의로 연장된 퇴직금 지급기일까지도 퇴직금을 지급하지 않은 경우에는 퇴직급여법 제9조 위반죄가 성립한다는 점을 최초로 명시적으로 판결한 사례"라고 밝혔다.

민경진 기자 m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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