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삼겹살 가격이 1년 만에 최고치로 치솟았다. 미국의 캘리포니아주에서 동물권 강화를 위해 돼지 사육장의 환경을 개선하라는 법을 본격 시행하면서다.
3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미국에서 베이컨용으로 팔리는 삼겹살의 도매가격은 5월 31일 1파운드(약 450g)당 0.77달러(약 1000원) 수준이었지만 이날 2.37달러(약 3078원)로 급등했다. 두달 여 만에 세 배 넘게 뛴 것이다. 이는 지난해 8월 이후 1년 만에 최고치에 육박한다.
미국 내 삼겹살 가격이 치솟는 건 캘리포니아 주의회가 제정한 동물복지법 때문이란 분석이다. 2018년 제정된 이 법에 따르면 육류업자들은 돈육 생산용 돼지에 최소한 24제곱피트(약 2.2㎡) 넓이의 사육 공간을 제공해야 한다. 이를 만족하지 못하면 판매가 금지된다.
육류업체들은 캘리포니아 주법에 대해 위헌 소송을 제기했지만, 연방대법원은 지난 5월 캘리포니아 주 정부의 손을 들어줬다.
이에 따라 돼지 사육장의 환경을 개선해야 이 법은 7월 1일 자로 발효됐다. 육류업체들은 캘리포니아와의 협상에 따라 올해 말까지 기존 재고를 판매할 수 있다.
최근 삼겹살 가격이 치솟을 수밖에 없는 이유는 이 법에 만족하는 업체가 드물어서다. 판매가 금지되기 전에 재고를 확보하려는 수요가 급증하면서 삼겹살 도매가도 가파르게 올랐다. 7월 미국 전역의 냉동 삼겹살 재고는 5월보다 14% 급감했다.
일반적으로 돼지고기 가격은 여름에 공급 부족으로 상승하지만, 그 상승 속도는 이례적이라고 WSJ는 평가했다. 코로나19 팬데믹이나 지진 등 특수 상황을 제외하곤 이런 변화가 지난 10년 동안 볼 수 없었다는 것이다.
베이컨 가격은 아직 크게 움직이지 않고 있다. 대형 베이컨 공급업체들은 자체적으로 삼겹살 재고를 보유하고 있어 다양한 가격으로 비용조정을 하고 있다. 도매가격이 오른 후 소매 가격에 영향을 주는데도 시차가 걸릴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미국 내 삼겹살 가격이 어떻게 움직일지는 예측하기 어렵다. 축산 업계가 사육 공간을 확대하기 위해 많은 비용을 지출하면 소비자에게 부담이 전가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올해는 극심한 폭염까지 겹쳐 공급량이 둔화할 가능성도 크다.
하지만 돼지고기 가격이 곧 안정될 것이란 전망도 있다. 일부 육류업체들이 비용 부담에 캘리포니아 시장을 포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캘리포니아 내 소매가격만 상승하고, 나머지 지역에선 공급이 늘어나 전국적으론 가격이 오히려 하락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신정은 기자 newyeari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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