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내놓은 '2023년 세법개정안'에서 신혼부부에게 총 3억원까지 증여세 없이 결혼자금 지원을 가능하게 하는 내용이 논란이다. 결혼을 장려하고 결혼 비용 세 부담을 완화한다는 취지지만, 청년들 사이에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기획재정부는 지난달 27일 혼인신고 전후 각 2년 총 4년간 부모, 조부모 등 직계존속으로부터 증여받은 경우 기본공제 5000만원(10년간)에 더해 1억원을 추가 공제하는 2023년 세법개정안을 확정했다. 정부는 내달 11일까지 입법예고한 후 국무회의를 거쳐 오는 9월 국회에 세법개정안을 제출할 계획이다. 정부 관계자는 "10년간 5000만원 공제라는 옛 기준이 지금의 시대와 물가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을 수용한 안이라고 보면 된다"고 했다.
개정안에 따르면 신혼부부가 모두 과거 10년간 증여받은 재산이 없다면 결혼자금으로 양가에서 1억5000만원씩 총 3억원을 세금 없이 증여받을 수 있게 된다. 증여 재산의 사용처는 특별히 제한하지 않기로 했다. 꼭 주택 자금으로 활용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청년들의 결혼 관련 경제적 부담을 덜기 위한 것"이라고 했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장혜영 정의당 의원도 가계금융복지조사 마이크로데이터(MDIS)를 기반으로 분석한 바를 근거로 결혼자금 증여공제 신설 제도의 혜택은 가구 자산 상위 13.2%에게만 집중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장 의원은 자녀가 결혼할 가능성이 있는 자녀를 둔 50~60대의 평균 자녀 수를 2명으로 가정해 금융 자산으로 총 2억원 이상을 보유해야 증여세를 부담하게 된다고 설정했다.
결국 5060세대 가구 중 증여할 수 있는 저축성 금융 자산을 2억원 이상 보유한 가구는 상위 13.2%였고, 하위 86.8%의 경우 애초에 자녀의 결혼으로 증여세를 낼 가능성이 없으므로 공제 확대 혜택에서 제외된다는 게 장 의원의 주장이다. 단, 장 의원이 말한 저축성 금융자산 2억원에는 보증금 및 부동산 등 실물 자산이 제외됐다.
국민의힘은 결혼 장려 정책에 '특권'을 운운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반박했다. 박대출 정책위의장은 "결혼하는 자녀에게 각각 최대 1억5천만원까지 주는 양가가 '초부자'인가. 새내기 부부마저 갈라치기 하냐"며 "새롭게 미래를 열어가는 청춘 남녀들의 '꿈'을 응원하겠다는 것, 미래 설계를 좀 더 계획적으로 할 수 있도록 '디딤돌'을 놓아주겠다는 것, 새내기 부부의 자산 형성을 돕자는 것은 '빈부' 잣대로 들이댈 일이 아니다"라고 했다.
결혼을 준비하고 있다는 지 모(32) 씨도 "부모님께서 항상 주택담보대출이라도 받아서 제 결혼자금을 지원해주시겠다고 하셔서 마음이 무거웠는데, 이번 소식을 듣고 다행이라고 생각했다"며 "5000만원 증여세 공제가 10년째 유지됐는데, 그동안 오른 물가나 집값을 고려하면, 1억5000만원이 과하다거나 '부의 대물림'이라거나 이런 지적이 나오는 건 반대를 위한 반대라고 본다"고 했다.
실효성이 적을 것이란 의견도 있었다. 직장인 홍 모(34) 씨는 "증여세 공제 기준을 건드리는 것보다 신혼부부들의 주택 마련을 수월하게 해주는 대출 정책, 부동산 정책을 확대하는 게 더 바람직하다고 본다"고 했다. 직장인 이 모(31) 씨는 "솔직히 자식 결혼한다고 1억5000만원을 턱 내놓을 수 있는 부모가 우리나라에 있으면 얼마나 있겠냐"며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부모님한테 '나는 땡전 한 푼 줄 게 없다'는 말만 들었던 입장에서 박탈감을 느낄 일만 또 하나 늘었다"고 했다.
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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