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시장에서 '투자 족집게'로 입소문을 타고 있는 곳이 있다. 누적수익률이 시장을 압도하면서 업계의 '선수'들도 빨아들이고 있는 트로이투자일임이다. 최근 한국은행 외자운용원에서 외환보유액을 관리 운용하던 권태진 관리부문 대표와 미래에셋증권 해외주식 담당 이정호 마케팅팀 이사가 합류했다. 기존 멤버인 오기종 운용부문 대표, 이희상 운용팀 이사 등과 함께 인터뷰를 진행했다.
트로이투자일임은 2017년 9월 금융위원회에 투자일임업을 등록한 투자자문사다. 회사 출범 이후 현재까지의 누적 수익률은 92.66%에 달한다. 해당 기간 코스피 상승률(8.31%)을 압도적으로 넘어선다. 올 7월 초 기준 트로이일임의 일임계좌 수익률은 약 25%를 기록하고 있다.
회사는 장기로 추적 관찰하는 주식과 단기 편입하는 주식을 반반씩 담고 있다. 장기적인 종목은 2~3년 내 목표 기대수익률이 200~300% 수준이다. 단기적 종목은 방망이를 짧게 잡고 6개월 안에 승부를 본다. 개별 테마 등으로 시장에서 급속히 재평가를 받을 수 있는 종목, 실적이 압도적으로 개선될 종목, 시장의 오해로 가격이 단기적으로 크게 하락해 기대수익률이 높아진 종목 등을 위주로 본다.
올해 효자종목을 꼽으라면 단연 이차전지주들이었다. 투자자들이 이차전지에 대해 관심도 없었던 2019년 5월부터 트로이일임은 이차전지 셀·소재·장비업체를 밸류체인별로 편입한 포트폴리오를 보유하고 있었다. 이듬해의 코로나19 시기를 겪기는 했지만 이후 회복장에서 강하게 반등했기 때문에 2년 만인 2021년 5월 수익을 실현할 수 있었다.
예컨대 2019년 편입 시점 대비 2021년 편출 시점의 가격대를 비교하면 삼성SDI(20만→60만원), 에코프로(1만6000원→4만원), 에코프로비엠(1만4000원→4만원), 일진머티리얼즈(3만→6만원), SKC(3만→12만원) 등이었다. 미래 성장가능성이 높은 기업에 선제적으로 투자해 상당한 수익을 거둔 사례다.
남다른 안목을 증명했으니 성공 사례랄 법도 한데 이들은 이번 경험을 실패사례로 규정지었다. 오기종 운용부문 대표는 "성공에선 노하우를, 실패에선 교훈을 배운다는 게 회사의 원칙"이라며 "벌 때 확실히 벌지 못했다면 수익을 봤더라도 '잘한 투자'가 아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그도 그럴만한 게 4만원대에 팔았던 에코프로와 에코프로비엠이 이후로도 쭉쭉 오르더니 각각 117만원과 38만원대까지 치솟았기 때문이다. 에코프로의 사례를 바탕으로 '실제 업황이 본격적으로 좋아지는 시점에 주가가 많이 올랐다는 이유로 팔아버린 경험'을 줄이기로 했다. 단순히 주가가 올라 팔기보다는 '팔아야 할 이유'가 생길 때 팔자는 얘기다.
오를 주식을 잘 발굴한 사례는 또 있다. 현재 증시의 주도 섹터 중 하나가 된 조선업종을 트로이투자일임은 작년 말부터 주시했다. 이 가운데에서도 연초 삼성중공업을 편입해 보유 중이다. 편입 당시 5000원대 였던 주가는 현재 8000원 안팎에서 거래 중이다. 오 대표는 "지난 10년간 조선·플랜트 업종은 실망스러운 실적에 분식회계 사태까지 터지면서 증시의 미운오리 취급을 받았지만, 산업 구조조정이 강도 높게 진행됐고 업계에 유리한 방향으로 업황이 큰 폭 개선되고 있다"며 "살아남은 국내 조선·플래트 업체들이 수혜를 볼 수 있는 환경이 됐다고 판단했고 주력 투자대상으로 삼성중공업을 택했다"고 했다.
오 대표는 "작년 국내 기업들의 이익 전망치가 크게 하락했고 올 초부터는 반대로 기업들 이익 전망치가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며 "수출의 성장이 기대되는 의료·미용기기와 엔터 기업들도 많이 담았던 전략이 주효했다"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하반기에는 내년부터 장기간 고성장 사이클이 올 것으로 기대되는 조선과 플랜트 기업들을 편입하고 서서히 비중을 올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트로이일임은 올해 경영부문 경영진을 강화한 만큼 운용역량을 적극 알리겠단 계획이다. 권 대표는 "1호 고객의 자산은 현재 자산이 두 배가량 증가했고, 이 고객은 우리와 30년간 동행하겠다고 약속할 정도로 신뢰가 두텁다"며 "장기간 연평균 15% 이상의 고수익 추구를 하는 것을 목표로 돈과 회사 모두 잘 굴려보겠다"고 밝혔다.
신민경 한경닷컴 기자 radi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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