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자동차를 판매하는 영업직 근로자가 3개월 동안 거의 매일 하루 평균 2시간 40분씩 집에 머물며 사적 용무를 본 사실이 밝혀져 해고당했다. 그럼에도 이 직원은 "회사가 집까지 찾아와 불법 채증을 했다"며 부당해고 소송을 냈다가 2심에서도 패소했다.
특히 현대차는 같은 사유로 다른 판매 직원과도 부당해고 소송이 진행 중인 상황이다. ▶관련 기사 "애들 점심 챙기려고"…매일 3시간씩 몰래 집 간 직원 [곽용희의 인사노무노트]
외근이 많은 영업직 근로자가 업무 특성을 악용할 경우, 근태 관리가 쉽지 않은 현실을 잘 보여준 사례라는 게 노동법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A는 1997년 현대차에 영업직 사원으로 입사해 2002년 3월부터 2020년 무렵까지 판매직원으로 근무해 왔다. 그런데 2020년 3월경 회사에 "A가 상습적으로 업무시간 중 나가서 장시간 집에 머문다"는 제보가 들어왔고, 회사는 감사에 착수했다. 이런 종류의 제보가 끊이지 않아, 회사도 "근무 시간 중 사적 활동을 금지하며, 적발될 시 중징계가 이뤄질 수 있다"는 취지의 협조전을 여러 차례 보낸 바 있다.
결국 회사 측이 2020년 3월 5일부터 5월 28일까지 약 3개월간 A가 머무는 아파트에서 사진과 영상촬영 등을 통해 증거를 수집하는 등 조사를 벌인 결과, A는 당직이나 주말·공휴일을 제외한 근무일 56일 중 51일 동안 근무 시간 중 자신이 거주하는 아파트에서 하루 평균 2시간 38분 정도를 머문 사실이 드러났다. 자녀나 모친과 함께 출입하는 모습도 여러 차례 목격했다.
결국 회사는 징계위원회를 열어 A를 해고했다. 이에 A가 회사를 상대로 부당해고 소송을 벌인 것이다.
A는 재판과정에서 "아파트 주차장에 차를 세워두고 주민들을 만나 영업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A는 "회사가 영업활동 지역을 제한하지 않았고 오히려 아파트 게시판에 광고물을 부착하라고 비용까지 지급했다"며 "아파트에서 영업활동을 한 것은 징계사유가 될 수 없다"고 맞섰다.
회사가 사진과 영상 등으로 자신의 근태를 확인한 것도 '불법 채증'이라고 강조했다. A는 "회사의 미행과 사진촬영은 헌법상 사생활의 자유를 침해했고, 형법상 비밀침해죄, 업무상 비밀누설죄에 해당하는 범죄행위"라며 "불법촬영된 사진들을 해고의 증거로 사용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먼저 채증행위가 위법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앞서 1심 재판부는 "회사가 주로 지점 밖에서 이뤄지는 영업활동을 일일이 통제·감시하지 않더라도, 영업사원들이 성실하게 영업활동을 하리라는 고도의 신뢰가 있다"며 "실제로 회사는 A에 반년 동안 4376만원이라는 적잖은 임금을 지급했는데, 이는 성실한 영업활동을 전제로 지급된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현대차 노조와 회사가 체결한 단체협약에 따라 회사는 영업사원들의 판매 부진을 이유로 징계할 수 없다"며 "만일 영업사원들이 이를 이용해 영업활동을 태만히 한다면 회사는 막대한 손해를 볼 수밖에 없게 된다"고 꼬집었다. 사진을 촬영하는 방법 외에는 회사가 객관적인 증거자료를 확보할 다른 현실적인 방법이 없다고도 지적했다.
사진촬영 등이 사생활 침해로 보기 어렵다고도 판단했다.
법원은 "근로자가 근무 시간 중 영업활동을 하지 않고 자택에 체류하는지 여부는 사용자의 정당한 관심사"라며 "'근무 시간 중 어디에서 무슨 활동을 하는지'가 전적으로 사생활의 영역에 속한다고 단정하기도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어 "감사부서가 사진을 촬영한 A의 아파트 주차장은 누구나 자유롭게 출입할 수 있는 공개된 장소로, 원고의 내밀한 생활관계까지 탐지하지는 않았다"고 꼬집었다.
해고처분도 과도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영업사원이 근태관리의 느슨함을 이용해 근무 시간 중 자택에 체류하면서 업무와 무관한 사적 활동을 계속 했다"며 "확인된 기간과 빈도만 봐도 근태 불량의 정도가 매우 중하고, 이런 자택 체류 행위로 근무 지점의 직장질서가 문란하게 된 데다 성실하게 근무하는 동료 영업사원들의 사기도 저하됐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럼에도 불구하고 A는 자신의 행위가 정당하다고만 주장하는 점 등을 종합하면, 회사와 A의 신뢰관계는 더 이상 근로관계의 존속을 기대하기 어려울 정도로 손상됐다"며 해고가 적법하다고 판단했다. 2심 재판부도 1심 판결을 그대로 인용하며 A의 항소를 기각했다.
한 노동법 전문 변호사는 "영업직 근로자의 근태를 확인할 수 있는 길이 많지 않고, 자칫 잘못했다가는 이번 사건처럼 회사가 역으로 소송을 당할 수 있다"며 "근로시간 관리가 엄격지면서 회사도 근태관리를 하고 싶은 '니즈'가 생길 수 밖에 없고, 이런 종류의 소송은 늘어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곽용희 기자 ky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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