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전국교직원노동조합에 따르면 세종시 초등학교 교사 A씨는 작년 말 도서관 이동 수업을 거부하는 학생을 교실에 혼자 남겨뒀다가 아동학대로 신고당했다. 시교육청은 경찰이 수사 개시를 통보한 지 2주 만에 이 교사를 직위해제했다. 무혐의로 결론 났지만 학부모 민원이 이어지자 교육청은 직위해제 처분을 유지했다. A씨는 다시 교단에 서기 위해 소청위원회에 무효화 심사를 청구하는 수밖에 없었다.
2021년을 기점으로 아동학대로 신고된 교원에 대한 무분별한 직위해제가 증가하고 있다. 교육공무원법이 개정되면서 ‘아동학대 행위로 인해 수사기관의 수사를 받는 자’도 직위해제가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이 개정안을 발의한 권인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당시 “현직 교원의 성범죄 사건이 끊이지 않고 있다”며 “청소년과 대면 접촉이 잦은 직무 특성을 고려해 아동학대 등의 범죄 혐의자는 수사 개시가 이뤄졌을 때 신속히 직위해제해 학생과 분리하고 추가 피해를 방지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아동학대 혐의 적용이 지나치게 포괄적인 게 문제로 지목된다. 이로 인해 억울하게 피해를 보는 교사가 적지 않아서다. 전교조에 따르면 2018~2021년 아동보호전문기관과 지방자치단체에 아동학대 행위자로 등록된 교사 가운데 교육청의 징계까지 받은 비중은 5% 남짓이다. 형사처벌을 위해 검찰이 기소한 인원은 전체의 1.6%에 불과했다.
직위해제의 영향은 불명예와 심리적 고통에 그치지 않는다. 이수일 전교조 충남지부 법규국장은 “직위해제되면 최대 70%에 이르는 봉급·수당의 감액, 호봉승급·승진 제한, 연가·연금 산정에서 재직기간 제외 등 추가 불이익이 발생한다”며 “이후 수사와 재판에서 경징계 결과가 나와도 불이익이 전혀 회복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교육청의 보여주기식 민원 해결 방식도 비판했다. 한 교사는 “교육청이 교사의 교육 활동을 지원하기보다는 민원 해결에 더 집중하고 있다”며 “이를 이용해 일부 변호사는 ‘직위해제 시켜놓으면 교사가 궁지에 몰려 합의가 쉬워진다’고 학부모에게 조언하기도 한다”고 전했다.
교사들은 교육당국에 아동학대 신고 보완책을 요구하고 있다. 교육부가 지난달 실시한 조사에서 교사 97.7%는 ‘아동학대 신고로 인해 학교 현장에서 원활한 교육활동이 어렵다’고 답했다. 이들은 아동복지법 아동학대처벌법 등의 개정(44.6%)과 아동학대 신고 발생 시 교권보호위원회가 교육활동 침해 여부를 판단(20.9%)할 것을 요구했다. 일선 교사들은 교사에 대한 허위나 무고에 대응한 법적 처벌 장치가 시급히 마련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혜인 기자 he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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