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합병을 추진해 온 산업은행이 합병 절차 무산을 전제로 제3자 매각 등 대안 검토에 나섰다. 두 국적 항공사 간 합병이 미국과 유럽연합(EU) 등 해외 경쟁당국에 막혀 장기간 표류하자 ‘플랜B’ 검토에 들어간 것으로 해석된다.
7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산은은 최근 삼일회계법인에 ‘아시아나항공 안정화 방안’ 컨설팅 용역을 발주했다. 삼일회계법인은 산은,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에 관련 자료를 요청하며 컨설팅 작업을 시작했다.
이번 컨설팅 용역 대상에는 아시아나가 제3자 매각에 나설 경우 해소해야 할 문제와 재무적 보완 사항, 제3자 매각 시 가능한 비용 절감 방안 등이 포함됐다. 기업결합(합병) 장기화에 따른 아시아나의 사업 계획 및 자금수지 분석도 들어갔다. 한 관계자는 “합병이 무산될 경우에 대비해 제3자 매각까지 포함한 플랜B를 검토하는 차원”이라고 말했다.
산은은 지난 6월까지 “기업결합 무산에 대한 플랜B는 전혀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공식적으로 밝혔다. 하지만 두 달여 만에 ‘대안 찾기’로 입장을 선회한 것은 미국과 EU 규제당국의 벽이 공고해 합병 무산 가능성이 갈수록 커져서다. 미국 법무부(DOJ)는 5월 대한항공에 “독점을 해소할 경쟁 항공사가 없으면 합병 승인이 어렵다”고 통보했다. EU 집행위원회(EC)도 양사 합병으로 인한 여객 분야와 항공화물 운송시장의 경쟁 제한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 대한항공은 이달 초 아시아나의 화물 부문을 티웨이항공 등에 매각하는 방안을 산은에 보고했지만 산은은 난색을 보였다. 이런 방안은 아시아나를 정상화해 시너지를 내겠다는 합병 초 청사진과 달리 아시아나를 사실상 해체하는 조치이기 때문이다.
산은은 “이번 컨설팅은 기업결합 장기화 등에 따른 아시아나의 사업 계획 추정과 향후 자금수지 분석 차원”이라며 “현재 제3자 매각은 추진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차준호/박종관 기자 chach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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