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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클래식에도 ‘K’를 붙이는 게 낯 뜨겁지 않은 일이 됐다. 가요와 영화, 드라마 못지않게 클래식에서도 한국이 세(勢)를 불리고 있어서다. 국제 콩쿠르에서 수상하는 횟수가 부쩍 늘었고 영역도 피아노, 바이올린 등 일부 악기에서 남자 성악, 지휘 등으로 넓어지고 있다. “‘동네마다 있는 피아노 학원’으로 대표되는 탄탄한 교육 인프라와 한국종합예술학교가 낳은 영재 교육 시스템이 멈추지 않는 한 ‘K클래식의 해외 콩쿠르 점령’은 계속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20세기 최고 지휘자 중 한 명으로 꼽히는 카라얀을 기리기 위해 2010년 설립된 이 콩쿠르는 길지 않은 역사에도 불구하고 차세대 지휘자들의 등용문 역할을 하고 있다. 영국 버밍엄 심포니 수석 객원지휘자인 미르가 그라지니테 틸라, 스트라스부르필하모닉 음악감독인 아지즈 쇼카키모프 등이 이 대회에서 우승을 거머쥔 뒤 세계적인 지휘자 반열에 올랐다.
올해 대회에는 54개국의 젊은 지휘자 323명이 도전장을 내밀었다. 이걸 뚫고 우승한 윤한결은 선배 우승자들과 같은 길을 걸을 채비를 마쳤다. 이제 막 상을 받았는데, 벌써부터 유명 오케스트라로부터 섭외 요청이 들어오고 있어서다. 다음달로 예정된 잘츠부르크 모차르테움 오케스트라와의 공연도 우승 직후 새로 잡힌 일정이다. 윤한결은 한국경제신문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리허설 때 준비한 걸 무대에서 온전히 보여주겠다는 생각뿐이었는데, 연주가 기대보다 훨씬 좋았다”며 “우승자로 호명됐을 땐 모든 게 비현실적으로 느껴졌는데 이제야 실감이 난다”고 했다.
결선 무대에서 체임버 오케스트라인 카메라타 잘츠부르크를 지휘한 윤한결은 로시니 오페라 ‘세비야의 이발사’ 서곡, 멘델스존 교향곡 3번 ‘스코틀랜드’, 신동훈의 창작곡 ‘쥐와 인간의’ 등 네 곡을 무대에 올렸다. 윤한결은 “청중과 오케스트라 단원들이 계속 찾는 지휘자가 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눈에 띄는 건 한국이 잘하는 분야가 점점 넓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그동안 피아노 부문에선 조성진(2015년 쇼팽), 선우예권(2017년 밴 클라이번), 임윤찬(2022년 밴 클라이번) 등이 세계적인 콩쿠르에서 정상에 올랐고, 바이올린에선 양인모가 홀로 2개 콩쿠르(2015년 파가니니, 2022년 시벨리우스)를 접수했지만 다른 분야에선 큰 성과를 내지 못했다. 하지만 최근 들어 플루트 등 관악기와 바리톤·테너 등 남자 성악, 지휘 등으로 K클래식의 영역이 확대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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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한결(29)은 지휘만큼이나 글도 잘 쓰는 예술인이다. 지난 5월부터 대한민국 대표 문화예술 플랫폼 ‘아르떼’에서 ‘지휘와 작곡 사이’라는 칼럼을 쓰고 있다. 이 칼럼에 그는 독일에서 12년 이상 거주하며 보고, 듣고, 생각하는 기록을 담고 있다.
김수현/최다은 기자 ksoohy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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