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금융위원회가 은행의 성과보수체계를 대폭 손질한다고 발표했다. 가격(금리) 경쟁이 충분히 이뤄지지 않아 이자수익의 정당성에 대한 사회적 공감을 얻기 어려운 상황에서, 지나치게 고액의 성과급을 지급하는 것을 견제, 감시하기 위한 조치다.
금융위가 발표한 조치에서도 성과급 지급 빈도에 관한 내용이 있는데, 특히 임원의 성과급을 여러 해에 걸쳐 나눠서 지급하는 이연 지급 방식을 확대하려는 움직임이다. 이런 와중에 성과급을 이연 지급하는 것과는 반대로 성과급 지급 주기를 짧게 줄이는 방식을 고민하는 기업도 최근 눈에 띈다. 연 단위로 지급하던 성과급을 반기 또는 분기별로 나눠 지급하는 걸 고려한다. 이들은 왜 이런 변화를 고민하는 것일까?
이에 성과급 지급 시점도 성과평가 변화에 맞춰 바뀌어야 한다는 문제의식이 제기된다. 변화의 속도가 점차 빨라지는 요즘, 구성원에게 기존보다 유연하고 발 빠르게 행동하기를 기대한다. 이에 보상 측면에서는 같은 금액의 돈을 들이더라도 즉각적인 동기부여 효과를 거둘 수 있는 보상방식을 고민하게 된 것이다. 일과 성과평가, 그리고 보상을 하나의 방향으로 정렬해 적시에 동기부여를 하겠다는 의도다.
1990년대 초 미국 테크산업이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인재 이동이 잦았던 시기에 직원 유지율을 높이기 위해 스톡옵션 기회를 더 자주 제공하는 방식을 고민했다. 테크기업들은 스톡옵션에 월별 행사권한을 도입해 구성원에게 보상 혜택의 기회를 늘렸다. 이는 우수 인재 이탈 방지에 효과가 있었던 것으로 평가된다.
다만 성과급 지급 시기를 반기나 분기로 줄이는 방식이 인재 유지의 근본적인 보상 방안이라고 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이보다는 다년간의 성과목표와 연계해 성과급을 지급하는 방식이 인재 유지에 더 효과적이다.
성과급을 분기마다 지급할 경우 1분기에서 3분기 동안 좋은 성과를 거뒀지만 4분기에 성과를 망쳐 연간 성과급을 지급받지 못하는 곤란한 상황을 피할 수 있다. 이에 소매유통업, 패션업 등 계절적 비즈니스를 영위하는 일부 기업에서 성과급 지급 주기를 분기나 반기로 변경하는 방안을 고려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직원에게 더 자주 성과급을 지급하는 방식은 분명 이점이 있다. 반면 동일한 방식을 임원에게 적용하는 데는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경영진과 임원의 단기적 사고를 우려하는 목소리는 오래전부터 꾸준히 제기돼 왔다. 물론 이런 우려는 과장일 수도 있다. 분기별 실적은 투자자의 주요 관심사이며 성과급을 자주 지급하는 것은 이런 관심사와 일치한다. 또한 경영진과 임원에게 장기보상 플랜을 함께 운영해 장단기 목표 추구의 균형을 맞추는 방식을 장려할 수 있다. 그럼에도 투자자와 이사회는 경영진이 장기적인 가치 창출에 집중하도록 지속적으로 촉구하고 있다. 이에 단기성과급의 지급 주기를 짧게 하는 방식을 선호하지 않을 수 있다.
성과목표(지표)의 측정 가능성도 중요한 고려 요소다. 일부 성과목표의 경우 데이터의 수집과 검증에 많은 시간이 걸린다. 성과급 지급주기가 짧으면 자칫 확정되지 않은 성과를 기반으로 성과급을 지급할 위험이 있다. 이런 경우 연간으로 성과급을 운영하는 방식보다 지출 금액이 늘어날 수 있다. 이에 분기별 실적과 연간 실적을 조정할 수 있도록 연말까지 성과급의 전부 또는 일부 지급을 보류해 위험을 완충하는 장치를 고려해볼 만하다.
마지막으로 분기 또는 반기별 성과급이 동기부여를 할 만큼의 의미있는 양이 될지를 점검해야 한다. 기존에 연간 총성과급 재원이 충분치 않았다면 이를 반기 또는 분기별로 나눌 경우 구성원에게 한 번에 지급하는 성과급 금액이 매우 적을 수 있다. 성과급 지급액이 직원을 동기부여하고 이들에게 긍정적으로 인식될 만큼 매력적인 양인지 돌아보는 것이 필요하다.
변화의 속도가 나날이 빨라지는 상황에서 ‘지금까지 해 온 성과급 방식’만이 최선일 수는 없다. 연 단위로 지급하던 성과급을 짧은 주기로 지급하면 즉각적인 동기부여, 인재 이탈 방지, 일하는 방식과 보상 간 연계성을 강화하는 이점을 얻을 수 있다. 다만 성과급 지급 주기 변화는 단순히 지급 날짜와 횟수 변경의 문제가 아니다. 일하는 방식과 동기부여에 대한 철학의 변화를 의미한다. 변화의 목적을 명확히 하고 세심하게 변화를 설계할 때, 구성원을 납득시키고 이들의 행동을 능동적으로 변화시키는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다.
김주수 MERCER Korea 부사장 / HR컨설팅 서비스 리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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