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신도시에 대학병원 못늘린다

입력 2023-08-08 18:25   수정 2023-08-17 17:07


정부가 대형 대학병원의 수도권 병상 확대 경쟁에 제동을 걸기로 했다. 신도시 개발 때마다 불거진 대학병원 분원 유치전이 사그라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보건복지부는 8일 신규 병상 개설 조건을 강화하는 내용의 3기 병상수급 기본시책을 발표했다. 2027년까지 5년간 시행할 이번 정책에 따라 복지부는 올해 정기국회 회기 안에 종합병원 개설을 ‘신고제’에서 ‘사전 승인제’로 바꾸도록 의료법을 개정할 계획이다.

올해 안에 지역별 의료 접근성 등을 고려한 병상수급 관리계획도 정한다. 내년부터 각 시·도는 의료기관 개설을 허가할 때 미리 세운 계획을 따라야 한다. 박민수 복지부 2차관은 “2027년 국내 병상이 10만5000개 과잉 공급될 것으로 예측되는 등 국가 차원의 관리가 필요하다”고 했다.
수도권 300병상 지을 때, 정부 승인 의무화…지방병원 붕괴 막기 위한 고육책
정부는 전국을 70개 권역으로 나눠 병상 상황을 평가해 병상 공급 제한과 조정, 공급 가능 등 세 단계로 구분할 계획이다. 제한·조정 지역이 되면 추가로 병상을 늘리지 못한다. 의료법이 개정돼 병원 개설이 사전신고제로 바뀌면 100병상 넘는 종합병원을 세울 때 시·도 의료기관개설위원회 승인을 받아야 한다. 300병상 넘는 종합병원을 열거나 수도권 대형 대학병원이 분원을 지을 땐 보건복지부 장관 승인을 추가로 받도록 할 계획이다.

국내 인구 1000명당 병상은 12.8개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4.3개의 세 배에 육박한다. 수도권 신도시에 대학병원이 경쟁적으로 분원을 지으면서 이들 지역에 추가로 생길 병상만 6600개가 넘는다. 국내 최대 병원인 서울아산병원(2732병상) 규모 병원이 수도권에 두 개 넘게 생기는 셈이다.

병원은 노동집약도가 높아 임차 수요를 확대할 수 있는 데다 환자 유치 등을 통해 유동인구도 늘릴 수 있다. 지방자치단체 등이 경쟁적으로 병원 유치에 뛰어드는 배경이다.

정부는 수도권 병상 확대로 지방 의료 생태계가 무너지고 있다고 판단한다. 지방 환자들이 수도권 병원의 ‘이름값’을 좇아 원정진료를 받으면서 지방 병원은 환자가 줄어드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어서다.

20여 년간 이런 불균형을 조정하는 정부 역할은 거의 없었다. 병상 과잉 공급을 막기 위해 도입한 병원 사전승인제 등이 2000년 의료법 개정과 함께 사라졌기 때문이다. 2000년대 초반 의약분업 후 건강보험 재정이 악화하면서 정부가 병상 공급계획을 세울 수 있도록 하는 근거 조항이 마련됐지만 건축법에 따라 신설·증축을 허가받은 병원 개원을 의료법으로 제한하는 건 불가능한 상태다.

그 사이 대형 병원은 지방병원 인력난을 부추기는 ‘인력 블랙홀’이 됐다. 수도권에 6600병상이 늘면 대략 의사는 2만8000여 명, 간호사는 8만6000여 명이 필요하다는 게 복지부 판단이다. 수도권으로 의료 인력이 쏠리면서 지방 의료기관 인건비는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건강보험 지출도 급증할 수 있다.

우봉식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원장은 “병상당 요양급여비가 연간 3억7591만원 나온다고 보고 6600병상을 단순 계산하면 연간 2조4810억원의 진료비가 발생할 것”이라고 했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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