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은 8일 공개한 ‘방탄물품 획득사업 추진 실태’ 감사보고서에서 육군 특수전사령부에 지난해 보급된 경량방탄헬멧의 충격 흡수력이 군 요구성능에 미달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미국 방탄성능 시험기관인 NTS에 의뢰해 측정한 결과다.
충격흡수력은 폭발 등 외부 충격 시 물리적 손상 없이 두부를 보호하는 성능을 뜻한다. 감사원은 “요구성능이 검증되지 않은 방탄헬멧을 육군이 보급해 이를 착용한 장병들의 안전을 담보하지 못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결과가 나온 건 군이 방탄성능시험을 제대로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당시 납품업체는 “성능시험을 하려면 헬멧에 부착된 벨크로(일명 찍찍이)를 제거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육군 군수사령부 A관계자는 이를 묵살하고 벨크로를 그대로 둔 채 NTS에 시험을 의뢰했다. NTS는 벨크로가 부착돼 있다는 이유로 충격흡수력 중 함몰 깊이 항목을 측정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A씨는 “방탄성능은 전 항목이 요구성능을 충족한다”며 품질 검사 결과서를 허위로 작성해 보고했다. 육군은 이 같은 경량방탄헬멧 43억원어치를 구매하면서 예산 불용 방지를 이유로 방위사업청에 ‘선납품·후검사’를 요청하기도 했다. 감사원은 A씨에 대해 징계처분(정직)을 내리라고 육군참모총장에게 요구했다.
해군과 해병대에 제공된 부력방탄복이 해상 및 상륙작전에 필요한 바닷물 방수 기능을 제대로 갖추지 못했다는 사실도 밝혀졌다. 방수 기능이 없는 방탄복이 해수에 3시간 노출되면 관통 확률이 70%까지 높아진다.
국방부는 방탄물자를 관리하면서 일반물자를 대상으로 하는 조달청 내용연수(9~15년)를 그대로 적용하면서 성능 유지 여부를 점검하지 않았다. 일부 방탄복은 보급된 지 20년이 경과하는 등 성능이 의심되는 물자가 여전히 활용되는 사례도 다수 나왔다.
오형주 기자 oh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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