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바이오로직스가 스위스 제약사 로슈 진단사업부와 국내 위탁개발생산(CDMO) 공장인 ‘메가플랜트’를 짓는 데 협력한다.
소부장(소재·부품·장비) 업체가 아닌 글로벌 진단업체가 CDMO 기업의 공장 건설에 협력하는 것은 드문 일이라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롯데바이오로직스는 로슈진단과 CDMO 사업 고도화를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고 9일 발표했다. 양사는 롯데바이오로직스가 2030년까지 인천 송도에 36만L 규모로 짓는 메가플랜트 공정 설계에 협력할 예정이다.
롯데바이오로직스 관계자는 “CDMO 공장에 로슈진단이 만든 기계를 일부 들여올 예정”이라며 “기계 구매와 관련해 논의하다가 이번 MOU를 체결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정식 공급계약이 체결되면 롯데바이오로직스가 로슈진단의 고객사가 되는 것”이라며 “더 나아가 로슈파마(제약부문)가 롯데바이오로직스의 잠재적 고객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사실 핵심은 CDMO 공장보다 롯데바이오로직스가 중소 바이오텍과의 상생을 위해 조성 중인 ‘바이오벤처 이니셔티브’다. 롯데바이오로직스는 올초 인천경제자유구역청에 제출한 투자의향서에 바이오텍을 위한 시설을 제공하고 기술개발도 협력하겠다는 내용을 적었다.
회사 관계자는 “로슈진단이 바이오벤처 이니셔티브의 취지 구축에 공감을 해왔다”며 “바이오 스타트업들이 활용할 수 있는 진단기기나 프로그램 등을 함께 만드는 것까지도 이번 MOU에 포함됐다”고 설명했다.
120년이 넘는 역사를 갖고 있는 대형 제약사(빅파마) 로슈는 제약·바이오업계 생태계 활성화를 위한 다양한 사회공헌 및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이번 MOU도 양사의 직접적인 사업 시너지보다도 K-바이오 성장을 위한 환경·사회·지배구조(ESG)적 협력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롯데바이오로직스 관계자는 “소규모 바이오텍들이 쉽게 접근하기 어려운 로슈의 진단기기가 바이오벤처 이니셔티브 연구소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바이오 기업들에겐 좋은 기회”라며 “로슈 입장에서도 기계 공급처가 늘어나는 셈이기 때문에 서로 업무효율을 높이기 위해 이번 MOU를 체결했다”고 덧붙였다.
남정민 기자 peux@hankyung.com
**이 기사는 2023년 8월 9일 16시 03분 <한경 바이오인사이트</strong>> 온라인에 게재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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