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일 살인적인 폭염이 계속되면서 건설현장에 비상이 걸렸습니다. 열사병 등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건설사 대표이사(CEO)와 최고안전관리자(CSO) 등 경영진이 직접 현장을 방문하고 있습니다.
11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김승모 ㈜한화 건설부문 대표는 최근 인천공항 제2터미널 확장공사 현장을 찾았습니다. 건설현장 휴게시설을 직접 방문해 에어컨과 정수시설, 식염정(소금), 휴게 의자 등을 살피고 '찾아가는 팥빙수 간식차' 행사에 직접 참여해 현장 근로자들에게 팥빙수를 제공했습니다.
백정완 대우건설 사장은 트리우스 광명 현장에 방문해 온열질환 예방수칙 준수여부와 편의시설을 점검했습니다. 박현철 롯데건설 부회장도 경기 용인시에 있는 주상복합 현장을 찾아 안전보건 점검을 실시했습니다. 근로자들에게 시원한 음료수와 함꼐 쿨토시, 쿨넥 스카프, 안전모 내피 등 물품도 전달했습니다. 김회언 HDC현대산업개발 대표도 서울 동대문구 '이문아이파크자이' 현장에 직접 방문해 현장 고드름 쉼터, 혹서기 구호물품 등을 확인했습니다.
건설사 CSO들도 분주합니다. 우무현 GS건설 CSO는 서울 성북구에 있는 '장위자이 레디언트'(장위4구역 재개발) 현장을 찾아 안전보건 점검을 실시했습니다. 황준하 현대건설 CSO도 경남 창원시에 있는 '힐스테이트 창원 더퍼스트' 신축공사 현장을 방문해 현장을 점검하고 온열질환 캠페인을 실시했습니다. 방성종 SK에코플랜트 CSO도 인천 '송도 럭스 오션 SK뷰' 신축 현장을 방문해 직접 온열질환 예방을 안내했습니다.
건설사 임원들마다 굳이 건설현장을 찾는 이유는 뭘까요. 우선 정부가 온열질환과 관련해 예방을 주문했기 때문입니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최근 폭염과 관련해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에 "폭염과 관련해 현장 근로자들의 안전관리를 강화하라"고 지시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최근 인천 검단 아파트 주차장 붕괴 사건 이후로 건설현장에서 '안전'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진 점도 임직원들을 현장으로 이끌었습니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혹서기, 혹한기를 가리지 않고 현장에서 안전과 관련해서는 항상 확인한다"면서도 "최근 건설업계를 중심으로 안전과 관련된 사건들이 잇달아 터지면서 임원들이 더 신경을 곤두세우는 분위기"라고 강조했습니다.
무엇보다 '안전'에 유독 신경을 쓰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부터 시행한 '중대재해처벌법' 때문입니다. 이 법은 상시 근로자 50인 이상(건설업은 공사금액 50억원 이상) 사업장에서 근로자 사망 등 중대산업재해가 발생하면 사고를 막기 위한 의무를 다하지 않은 사업주와 경영책임자를 처벌할 수 있습니다. 열사병도 3명 이상이면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대상인 직업성 질병에 포함됩니다.
한편 규모가 큰 대형 건설사의 경우 근로자들에 대한 혹서기, 혹한기 대책이나 지원이 그나마 잘 이뤄지고 있지만 중소기업 현장에서는 지원이 된다고 해도 미흡하거나 안전수칙 마저 잘 지켜지지 않는 사례가 많습니다.
건설현장에서 일하는 50대 강모씨는 "규모가 큰 현장이라면 모를까 중소 건설사 현장에서는 그늘을 찾아 쉬거나 쉬지도 못하는 경우도 있다"며 "장마가 끝나면 밀린 작업을 하느라 더 바빠질텐데 제대로 쉴 수나 있을지 모르겠다"고 토로했습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본사와 현장 사이의 간극이 큰 게 사실"이라면서 "건설사의 근간이 현장인만큼 현장 상황을 더 체계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송렬 한경닷컴 기자 yisr020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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