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코프로, 나만 못 샀나"…다급해진 개미들, 눈 돌린 곳이

입력 2023-08-11 07:27   수정 2023-08-11 08:47


2차전지에 쏠렸던 수급이 분산되는 가운데 개별 종목 대신 2차전지 관련 상장지수펀드(ETF)를 사들이는 개인 투자자가 늘고 있다. 개별 종목의 변동성이 커지자 분산투자에 대한 수요가 증가한 것으로 풀이된다.

1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달 들어 개인 투자자는 'TIGER 2차전지소재Fn'을 1389억원 순매수했다. ETF 시장 개인 순매수 1위에 해당한다. 지난달 상장된 이 상품은 양극재와 수직계열화 기업에 투자하는 ETF로 Fnguide 2차전지소재 지수를 추종한다. 에코프로, POSCO홀딩스, 에코프로비엠, 포스코퓨처엠의 비중이 구성 자산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기존 2차전지 ETF와 달리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가 제외된 점이 특징이다.

같은 기간 개인은 'KODEX 2차전지 산업'도 127억원 순매수했다. 개인은 지난달 이 상품 1040억원어치를 순매도했지만 매수 우위로 전환했다. 이 ETF는 FnGuide 2차전지산업 지수를 추종한다.

최근 개인 투자자들은 삼성전자에 주목하는 등 2차전지를 대체할 업종을 찾고 있는 모양새다. 전날까지 개인은 삼성전자 주식을 5238억원어치 사들였다. 해당 기간 개인 순매수 2위에 해당한다. 지난달까지만 해도 2차전지를 집중 매수하며 삼성전자를 5490억원어치 팔아치웠던 것과는 대비된다.

2차전지 개별 종목 매수 규모를 줄이는 흐름도 관측된다. 지난달 개인은 POSCO홀딩스를 4조5230억원어치를 순매수했으나 이달 들어 전날까지 5241억원어치 순매수하는 데 그쳤다.


'포모(FOMO: fear of missing out)' 증후군 때문에 2차전지 관련 ETF에 자금이 유입됐다는 분석도 있다. 포모 증후군은 자신만 뒤처지거나 소외돼있는 것 같은 두려움을 갖는 증상이다. 일부 2차전지주가 급등하자 자신만 투자 기회를 놓치고 있다는 생각에 투자자들이 ETF로 유입됐다는 설명이다. 삼성증권은 "2차전지로 수급이 쏠리고, FOMO 현상으로 변동성이 심화하자 관련 ETF가 주목을 받았다"며 "2차전지 중에서도 소재 ETF 위주로 거래량이 많았다"고 했다.

최근 2차전지주의 주가가 조정을 받으며 이 상품들을 매입한 투자자들은 아직 이익을 거두지 못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 기간 유가증권 시장의 POSCO홀딩스는 6.85% 하락했으며 에코프로, 에코프로비엠의 주가도 각각 3.4%, 19.45% 밀렸다. 엘앤에프도 11.46% 떨어졌다.

다만 TIGER 2차전지소재Fn과 KODEX 2차전지 산업은 개별 종목에 비해 하락폭이 작아 개인 투자자들이 분산투자 효과는 거두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대신증권에 따르면 이달 들어 개인은 TIGER 2차전지소재Fn을 평균 1만1700원에 순매수했다. 현재가는 1만1340원이므로 평균 손실률은 3.08%다. 개별 종목의 하락폭에 비해 크게 낮은 수준이다. KODEX 2차전지산업에 투자한 개인 투자자의 평균손실률은 4.37%였다.

증권가에선 에코프로의 MSCI한국지수 편입 여부가 2차전지 업종의 방향성을 가를 것으로 봤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지난주 초전도체 테마주로 수급이 일부 이탈하며 에코프로를 포함한 2차전지주의 주가 변동성이 높아졌다"며 "에코프로의 MSCI 지수 편입 여부가 결정되는 MSCI 분기 리뷰 결과가 국내 증시에 큰 이슈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MSCI 분기 리뷰는 이날 오전 발표될 예정이다.

진영기 한경닷컴 기자 young71@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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