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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 탄산리튬의 선물 거래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탄산리튬은 전기자동차 배터리의 핵심 광물 중 하나다.
10일(현지시간) 중국 광저우선물거래소에서 탄산리튬 미결제약정 거래량은 2만 로트(Lot·선물거래의 기본이 되는 단위) 이상을 기록했다. 미결제약정은 선물거래 시장에 참가하는 투자자가 선물 계약을 사거나 판 뒤 이를 반대매매(전매·환매)하지 않고 그대로 보유하고 있는 선물 계약을 의미한다. 시장 규모를 가늠하는 주요 척도로 사용된다.
광저우선물거래소는 재작년 출범한 뒤 올해 7월 처음으로 탄산리튬 거래를 시작했다. "배터리와 그 원재료인 광물 수요가 폭증하는 가운데 달러화를 기반으로 하는 원자재 거래 시스템에서 벗어나겠다"며 전 세계 상품거래소 가운데 4번째로 탄산리튬 선물거래 시장에 진출했다.
상품 출시 약 3주 만에 미결제약정 거래량이 2만 로트를 돌파한 것이다. 이는 탄산리튬 선물거래 시장의 주요 경쟁사인 런던금속거래소(LME), 싱가포르거래소, 미국 시카고상품거래소(CME) 등의 거래량을 훨씬 웃도는 규모다.
최근 글로벌 '친환경 전환' 흐름에 따라 리튬, 니켈, 구리 등 전기차 핵심 광물들에 대한 선물 계약이 급격히 늘고 있다. 전기차 공급망 사슬에 걸쳐 있는 전 세계 기업들이 광물 현물의 극심한 가격 변동성에 대비해 위험회피(hedge·헤지) 차원에서 선물 계약을 늘리고 있기 때문이다.
작년 미국 등이 우크라이나 전쟁을 일으킨 러시아에 제재를 가한 뒤 원자재 시장의 달러화 의존도가 더욱 커졌다. 중국은 이를 벗어나 위안화로 가격이 책정되는 자체 거래 허브를 구축하고자 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중국이 광저우거래소를 통해 일찌감치 광물 선물거래의 주도권을 잡았다"며 "광물 거래 시장 참여 기업들에 대한 통제권을 확보하겠다는 구상이 성공한 것"이라고 전했다.
홍콩 상품중개업체 밴즈파이낸셜의 타이거 시 최고경영자(CEO)는 "모든 광물 시장에서 가격 결정권을 쥐겠다는 중국의 구상이 장기적으로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화유코발트와 비야디(BYD), CATL 등 해외 광산을 대량 소유한 중국 기업들은 막대한 양의 광물들을 국내로 들여오고 있다. 영국 상품중개업체 석덴의 마크 베일리 CEO는 "중국은 머지않아 국내 파생상품뿐 아니라 국제 파생상품 시장의 강자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마틴 애보트 전 런던거래소(LME) CEO는 "원래 상품 거래 벤치마크는 런던이었지만, LME는 더 이상 상품 거래의 본고장이 아니다"고 말했다. FT는 "146년 전통의 LME가 작년 3월 니켈 거래 파장으로 타격을 입은 사이 중국 거래소가 치고 올라왔다"고 분석했다.
다만 달러화 대비 위안화의 위상이 낮다는 점, 광저우 거래소를 비롯한 중국의 5개 선물거래소들에 중국 바깥에 상품을 보관하는 글로벌 창고 네크워크가 없다는 점 등은 해결해야 난관들로 꼽힌다. 또 일각에선 전기차 열풍에도 불구하고 "리튬보다는 니켈이 여전히 선물거래 시장의 대표 상품"이라며 "광저우 거래소의 확장에 큰 의미를 부여할 필요가 없다"는 반론도 나온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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