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은 집권 초부터 집안싸움으로 수개월을 허비했다. 당 대표가 중징계를 받고 법정 공방까지 벌였다. 선거 연승에도 불구하고 비상대책위원회를 두 번이나 꾸린 희한한 일도 있었다. 그러느라 정부를 뒷받침하는 여당 본연의 책무는 뒷전이었다. 김기현 대표 체제가 들어선 이후에도 별반 달라진 게 없다. 어떤 비전도, 쇄신의 고삐도 안 보인다. 양곡관리법 등 주요 법안 처리 과정에서 야당에 끌려다니기 급급했다. 소수 여당이라면 결기라도 있어야 하는데 여소야대 탓만 하고, 거대 야당을 상대할 정교한 전략이 안 보였다. 노동·연금·교육 개혁 등 아젠다를 주도할 능력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그러니 돈 봉투 사건, 김남국 의원 코인 사태, 혁신위 분란 등 민주당의 총체적 난국에도 기대만큼 국민의힘 지지율이 상승하지 않고 있다. 오히려 내년 총선에서 수도권 위기론부터 터져나오는 게 여당의 처연한 현주소다.
내년 총선은 여권으로선 정권 명운이 걸린 선거다. 야당의 악재에 무임승차하는 좀비 정당으로는 희망이 없다. 여소야대 악몽에서 벗어나려면 집권 여당으로서 이제라도 체질을 확 바꿔 자생력, 자강력을 보여줘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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