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0월 물러난 남궁훈 전 카카오 대표(카카오 미래이니셔티브센터 상근 고문)가 올해 상반기에 96억원이 넘는 보수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빅테크 기업 전·현직 경영진을 통틀어 가장 많은 수준이다. 업계 안팎에선 논란이 일고 있다. “카카오 주가 15만원이 될 때까지 최저임금만 받겠다”고 했지만, 실상은 어마어마한 보수를 챙겼다는 지적이다.
남궁 대표는 두 차례에 걸쳐 스톡옵션을 행사했다. 행사가 1만7194원인 11만9131주를 주가 5만8100원에 적용, 행사가 1만7267원인 11만8623주를 주가 5만5700원에 적용했다.
원칙적으로 문제는 없지만 업계 안팎에선 ‘보기 좋지 않다’는 얘기가 나온다. 남궁 전 대표는 지난해 3월 취임하면서 “카카오 주가가 15만원이 될 때까지 최저임금만 받겠다”고 약속했다. 그의 재임 기간에 카카오 주가는 약 46% 떨어졌다. 재임 중 월급은 당시 약속대로 191만4440원이 지급됐다.
논란이 되는 것은 그 이후다. 지난해 10월 ‘카카오 먹통’ 사태에 대한 책임을 지고 물러난 남궁 전 대표는 상근 고문으로 일하며 올해 상반기 급여 2억5000만원을 받았다. 대표이사 출신 상근 고문으로 새로 연봉계약을 맺으면서다. 여기에 스톡옵션 행사로 업계 ‘연봉킹’에 오를 정도로 많은 보수를 수령했다. 카카오 주가는 당초 목표(15만원)의 3분의 1 수준인 5만원대 초반이다. “도의적 책임이 없어 보인다”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업계에선 카카오 경영진의 높은 보수가 계속 논란이 되는 분위기다. 지난해 상장사 경영진 중 가장 많은 보수를 챙긴 곳도 카카오였다. 조수용 전 카카오 대표는 357억4000만원, 여민수 전 카카오 대표는 331억8400만원을 받았다. 이들은 지난해 초 퇴임하면서 각각 45만주, 42만5000주의 스톡옵션을 행사해 337억5000만원, 318억2400만원의 차익을 거뒀다.
그나마 홍은택 카카오 대표가 중재에 나섰다. 홍 대표는 지난 3월 “카카오 주가가 두 배 이상 높아지지 않을 경우 스톡옵션을 행사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홍 대표는 올해 상반기 6억400만원의 보수를 수령했다. 배재현 카카오 투자총괄대표는 11억500만원을 받았다.
카카오 내부 분위기도 어수선한 것으로 전해졌다. 카카오 노동조합은 오는 17일 판교역 일대에서 계열사 대규모 구조조정에 반대하는 집회를 연다.
정지은 기자 jeong@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