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가 세계적으로 수요가 급증하는 투싼과 팰리세이드의 국내 생산을 늘리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울산 공장 간 생산 차종 조절을 통해서다. 인기가 시들해진 세단 생산라인을 고쳐 두 차종을 생산하는 방식이다.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수요가 갈수록 늘어나면서 두 차종은 연간 최대 10만 대 안팎씩 공급 부족이 예상된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는 북미 지역에서 공급 부족이 계속되고 있는 투싼과 팰리세이드를 울산 3공장과 5공장에서 추가 생산하는 방안을 마련했다. 이들 차종은 현지 초과 수요로 지속적인 공급 부족 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현대차는 당장 내년에 투싼을 올해보다 약 6만 대, 팰리세이드는 약 2만 대 증산해야 해외 수요를 맞출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핵심은 ‘공장 간 물량 나누기’다. 현재 투싼은 울산 5공장 2라인에서, 팰리세이드는 2·4공장에서 생산하고 있다. 현대차는 두 차종의 추가 생산 물량 일부를 다른 공장에 넘겨 ‘공동생산’하는 안을 마련했다. 우선 SUV만 생산하는 2공장의 팰리세이드 물량 가운데 약 3만 대를 제네시스 세단 공장인 5공장 1라인에서 생산한다. 투싼을 조립하는 5공장 2라인도 추가되는 미국 수출 물량 가운데 약 5만 대를 3공장으로 넘긴다.
회사 측은 당초 미국 앨라배마 공장에서 증산하거나 캐나다에 신공장을 지어 해외 생산을 늘리는 방안을 검토했지만 국내 생산 조정으로 선회한 것으로 알려졌다. 회사 고위 관계자는 “노동조합의 제안으로 해외에서 추가 생산하려던 물량을 국내로 가져왔다”고 했다.
현대차는 노조와 협의가 끝나는 대로 올해 추석과 내년 설 연휴 기간을 이용해 각 공장의 라인 공사를 할 계획이다. 이 방안대로면 팰리세이드와 투싼은 내년부터 다른 공장 라인에서도 생산될 전망이다.
투싼은 작년 미국(17만5000대)에서 국내(3만3000대)보다 다섯 배 넘게 팔린 ‘글로벌 베스트셀러’다. 이대로면 중장기적으로 해외 수요 대비 국내 생산량이 많게는 연간 12만 대 부족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에서 만들어 수출하는 팰리세이드도 연간 최대 9만 대 공급 부족이 발생할 수 있다.
반면 세단의 인기는 갈수록 하락세다. 이번에 SUV 생산 물량을 새로 받는 울산 5공장 1라인과 3공장은 둘 다 ‘세단 주력 공장’이다. 제네시스 세단만 생산하는 5공장 1라인은 세단의 수요 감소에 따라 매년 물량 부족에 시달려왔다. 아반떼와 단종되는 i30 등을 생산하는 3공장도 사정은 비슷하다. 올 상반기 현대차의 국내 세단(78만 대) 판매량은 SUV(116만 대)의 70%에도 못 미쳤다. 현대차 노조는 “세단 전용 공장의 고용 위기 해소를 위해 실질적인 대책이 시급하다”고 했다.
변수는 각 공장 노조의 견해차다. 이번 조정안을 두고 물량을 주는 쪽과 받는 쪽 모두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태도를 고수하고 있다. 5공장 노조는 팰리세이드 공동생산에 대해 “제네시스 전용 공장이라던 1라인에 제네시스 신차가 아니라 팰리세이드가 웬 말이냐”며 반대하고 나섰다.
업계 관계자는 “생산을 탄력적으로 조절해야 하는데, 노조 설득이 늦어질수록 경쟁력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빈난새/김일규 기자 binther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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