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18일 미국 대통령 별장인 캠프 데이비드에서 열리는 한·미·일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17일 출국했다. 이번 정상회의는 3국 간 안보·경제 협력 수준을 북한 위협 등에 관한 역내 공조를 넘어 인도·태평양 지역 등 글로벌 차원으로 끌어올리는 장이 될 전망이다. 앞서 윤 대통령은 출국 전 부친 윤기중 교수의 발인식에 참석하는 등 장례 절차를 모두 마쳤다.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은 “정상회의를 마친 3국 정상은 격식 없이 오찬을 함께하면서 지역과 글로벌 이슈를 포함한 다양한 주제로 의견을 교환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후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의 한·일 정상회담과 3국 정상이 함께하는 공동 기자회견을 끝으로 캠프 데이비드에서의 일정은 마무리된다.
대통령실은 이번 한·미·일 정상회의가 한국 외교의 역사에서 중대한 전환점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김 차장은 “이번 회의를 기점으로 한·미·일 협력은 그간 북한의 위협에 초점을 둔 한반도 역내 공조에서 인도·태평양 지역 전반의 자유·평화·번영을 구축하는 범지역 협력체로 진화할 것”이라고 했다. 3국이 공동성명으로 채택할 ‘캠프 데이비드 정신’에 대해 김 차장은 “3국 정상은 지정학적 경쟁의 심화, 우크라이나 전쟁, 기후 위기, 핵확산 같은 복합위기에 직면해 한·미·일 협력의 필연성에 공감하고 3국 파트너십의 새로운 시대를 천명할 것”이라고 했다.
미국에서도 비슷한 평가가 나왔다. 커트 캠벨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인도·태평양 조정관은 16일 “지난 몇 달간 숨 막히는 외교의 현장을 봤고, 한·일 정상의 용기 있는 결단을 지켜봤다”며 “3국 관계를 강화하기 위한 일련의 야심찬 이니셔티브를 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캠벨 조정관은 한·일 관계를 개선한 양국 정상의 노력에 대해 “숨이 멎는 듯한(breathtaking) 유형의 외교”라고 평가하며 “현대 외교 이니셔티브에서 톱클래스의 반열에 속하는 것”이라고 극찬했다. “한·일 관계 개선 및 한·미·일 공조의 진전을 세 나라 정치에 착근시켜 어느 나라의 어떤 지도자도 쉽게 이탈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 이번 정상회의의 목표”라고도 했다.
다만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번 회의를 계기로 한·미·일 안보협력이 동맹과 같은 형태로 발전할 가능성에 대해 “이번에 논의할 3국 협력은 ‘3각 안보 협력 체제’라고 할 수 있지만 안보동맹은 논리적으로 맞지 않는다”며 선을 그었다. 상대방이 제3국에 공격받으면 자동 참전하는 동맹의 정의에 한·일 관계가 해당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한·일 정상회담에서 후쿠시마 원전 오염처리수 방류 문제가 거론될 가능성에 대해선 “양자 회담에서 논의하지 않기로 했다”고 일축했다.
앞서 윤 대통령의 부친인 윤기중 연세대 명예교수의 발인이 17일 서울 신촌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에서 엄수됐다. 발인제가 끝난 뒤 운구 차량은 윤 교수가 재직했던 연세대 상경대 건물 주위를 한 바퀴 돌아 경기도 장지로 향했다. 윤 대통령은 “애도해준 모든 분께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오형주 기자 oh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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