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괄임금제는 근로 형태나 업무 성격상 추가 근무수당을 정확히 집계하기 어려울 때 수당을 급여에 미리 포함해 지급하는 임금 체계다. 야당에선 반대하지만 고용노동부와 기업들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재판부는 “시체 안치, 유족 상담 등 특정 업무는 근로가 맞지만, 그 외 다른 시간은 업무 밀도가 떨어지고 대기시간이 적지 않다”며 이들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특히 “장례지도사들의 주장대로라면 월급이 기존 340만원에서 600만원에 육박하게 된다”며 “이는 평균적인 업계 임금의 2~3배 수준인데 예상했던 상황인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서울중앙지법 제48민사부(재판장 김도균)도 지난 4월 공항에서 수하물에 X레이 전자태그를 붙이는 용역업체 직원들이 제기한 포괄임금 관련 소송에서 “항공기 도착 사이 대기시간이 길고, 정확한 근무시간을 사전에 확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 밖에 전주지방법원은 휴대폰 판매 직원들이 낸 소송에서 판매 인센티브 비중이 높다는 이유로, 서울중앙지법은 호텔 지배인 관련 소송에서 근로시간이 자유롭다는 점을 들어 포괄임금제가 유효하다는 판결을 내렸다. 서울중앙지법도 경비원 관련 소송에서 중간에 휴게시간이 길기 때문에 포괄임금제에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다.
대법원도 근로시간의 산정이 어렵고 근로자에게 불이익을 주지 않는 경우 포괄임금제를 인정하고 있다.
기업의 재량근로제 활용률이 1.9%(2020년 기준)에 불과한 상황에서 경직된 주 52시간을 그나마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게 숨통을 틔워주는 제도가 포괄임금제라는 것이다.
실제 근로시간과 관계없이 수당이 고정 지급되는 포괄임금제가 폐지되면 오히려 근로자에게 불리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정민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는 “포괄임금제에선 근로자가 주어진 업무를 정규 근로시간 내에 완수하려 하므로 불필요한 야근과 장시간 근로를 방지한다”고 말했다. 이상희 한국항공대 교수도 “포괄임금 약정이 공짜 노동이라는 표현은 일부를 제외하고는 다소 과한 비난”이라고 했다.
노동계를 대변하는 정명기 한국노총 중앙법률원 변호사도 “포괄임금제 자체가 무조건 근로자에게 불리하거나 필연적으로 무상 노동을 내재한 것은 아니다”며 “현재 발의된 (야당의) 법률안은 포괄임금제 자체를 금지하는 것처럼 보이는데 폐지하는 것이 능사는 아니다”고 했다.
곽용희 기자 ky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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