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img.hankyung.com/photo/202308/AA.34271771.1.jpg)
“우승은 하늘이 내려준다”는 말은 프로 골프 세계에도 있다. 골프 결과는 실력 순서대로 나오지 않기 때문이다. 그날의 컨디션과 날씨, 갤러리들의 응원 소리에 탄력을 받는 선수가 있는가 하면 흔들리는 선수도 있기 마련이다. 먼 거리에서 친 샷이 홀 안으로 쏙 들어가는 ‘운수 좋은 날’도 있지만, 들어온 공을 홀이 뱉어내는 ‘재수 없는 날’도 있다.
![](https://img.hankyung.com/photo/202308/AA.34271999.1.jpg)
한진선은 이날 강원 정선 하이원CC(파72·6573야드)에서 열린 대회 최종 4라운드에서 보기 없이 이글 2개에 버디 5개를 잡아 7언더파 65타를 치며 최종합계 14언더파 275타로 우승했다. 시즌 첫 승이자 생애 첫 타이틀 방어다. 14언더파는 2019년 임희정이 세운 이 대회 최소타(13언더파)를 깬 신기록이다.
2018년 KLPGA투어에 데뷔한 한진선은 상위 랭커에 꾸준히 이름을 올렸지만, 우승 한방이 없는 게 흠이었다. 그 한을 풀어준 무대가 하이원여자오픈이었다. 지난해 이 대회에서 데뷔 131경기 만에 첫 승을 올렸다.
올해는 타이틀을 방어하는 챔피언 자격으로 정선행(行) 차에 올랐다. 초반 흐름은 썩 좋지 않았다. 2라운드까지 중간합계 2언더파, 공동 13위에 그쳤다. 3라운드에서 5타를 줄이며 선두를 2타 차로 쫓는 추격자로 최종 라운드를 맞이했다.
초반 파 행진으로 숨을 고르던 한진선은 6번홀(파3)에서 버디를 잡아내며 공동선두로 올라섰다. 경기 흐름을 뒤집은 건 7번홀(파4)에서였다. 핀까지 161야드를 남겨두고 두 번째 샷을 한 한진선의 표정은 밝지 않았다. 공이 그린이 아니라 러프에 떨어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두어 번 튀어 오른 공은 홀 안으로 빨려 들어갔다. 샷 이글. 결과가 믿기지 않은 듯 한진선은 한참 동안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다가 한 박자 늦게 캐디와 하이 파이브를 했다.
단숨에 2타 차 선두로 올라선 한진선의 운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11번홀(파5)에서 99야드를 남기고 친 세 번째 샷이 홀에 쏙 들어갔다. 한 라운드에서 두 번의 샷 이글을 만들어낸 것이다. 그다음은 지키기였다. 탄탄한 기본기 덕분에 타수를 잃지 않았다. 14번홀(파3)에서는 티샷이 짧아 러프에 빠졌지만 감각적인 어프로치샷으로 핀 바로 옆에 공을 붙여 파를 지켰다.
한진선은 중학교 2학년 때 골프를 시작하기 전까지 사격선수로 활약했다. 입문 석 달 만에 전국 대회에서 준우승할 정도로 잘했다. 웬만한 일에는 흔들리지 않는 평정심을 갖췄다는 얘기다. 한진선은 그래서 퍼트를 잘한다. 이번 대회 한진선의 퍼팅 이득타수는 1.87타로 출전 선수 중 네 번째로 높았다.
한진선은 “하루에 이글을 두 번이나 한 건 이번이 처음”이라며 환하게 웃었다. 이어 “한창 더울 때지만 이 코스는 고지대라 시원하다. 그래서 여기 오면 늘 기분이 좋다”고 말했다.
박민지(25), 이예원(20)과 시즌 3승 경쟁을 펼친 임진희(25)는 8언더파 280타로 공동 준우승을 차지했다. 시즌 여덟 번째 톱10을 기록하며 박지영(27)과 함께 올 시즌 최다 톱10 선수가 됐다. 대상포인트에서도 공동 선두로 올라섰다. 1타 차 단독 선두로 출발해 데뷔 첫 승에 도전했던 이제영은 4타를 잃고 5언더파 공동 12위로 떨어졌다.
조수영 기자 delinews@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