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경기 상황을 보여주는 경기순환시계 내 10개 지표 중 하강·둔화 지표가 지난 6월 기준 5개로 절반에 달했다. 게다가 최근에는 중국 부동산 위기에 더해 미국의 긴축 장기화 우려까지 커졌다. 올 하반기 경기 회복 강도가 정부 기대에 못 미치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경기 하강·둔화 지표 늘어
20일 통계청의 경기순환시계에 따르면 6월 기준으로 소비 상황을 나타내는 소매판매액지수와 수입액이 경기 하강 국면에 머물러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비스업생산지수와 취업자, 건설기성액은 둔화 국면에 속했다. 3~5월만 해도 경기 하강·둔화 지표가 4개였는데 6월 들어 5개로 늘어난 것이다. 경기순환시계는 주요 10개 경기지표가 ‘상승→둔화→하강→회복’ 단계 중 어디에 속하는지 나타낸다.회복 단계에 들어선 경기지표는 설비투자와 광공업생산, 기업경기실사지수, 소비자기대지수 등 4개였다. 상승 국면에 속한 지표는 수출액 하나뿐이었다. 회복 지표는 5월보다 1개 늘었지만 상승 지표는 같은 기간 2개 감소했다. 취업자와 건설기성액이 상승 국면에서 둔화로 옮겨갔다. 전년 동월 대비 취업자 증가폭은 3월 46만9000명까지 높아졌다가 6월 33만3000명으로 감소하더니 7월에는 21만1000명으로 둔화했다.
업계 전문가들이 체감하는 국내 전자경기가 나빠질 것이란 전망도 나왔다. 산업연구원이 220개 업종 전문가 158명을 대상으로 전문가서베이지수(PSI)를 조사한 결과, 9월 전자업황 전망지수는 8월보다 24포인트 하락한 100으로 집계됐다. 반도체업황 전망지수는 8월보다 8포인트 상승한 148을 기록했지만, 휴대폰업황은 17포인트 떨어진 113, 가전업황은 33포인트 하락한 81에 그쳤다. PSI는 100이 기준이며 200에 가까울수록 전월보다 업황이 개선됐다는 의견이 많고 0에 가까울수록 업황이 나빠졌다는 의견이 많다는 의미다.
中 경기불안에 또 불투명해진 경기
정부는 올 상반기 부진하던 경기가 하반기에 개선되는 ‘상저하고’ 전망을 유지하고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하반기 경제성장률을 상반기(0.9%)보다 높은 2.0%로 보고 있다. 주력 수출품인 반도체의 업황이 서서히 회복될 것이란 예상에서다. 정부는 다음달부터는 무역수지가 흑자 기조로 돌아서고 10월부터는 수출도 플러스로 전환할 것으로 보고 있다.중국발 악재가 커지면 얘기가 달라질 수 있다. 기획재정부는 지난 11일 ‘8월 경제동향’을 발표하면서 “중국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 효과에 대한 기대와 제약 우려가 교차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하지만 중국 부동산개발업체 헝다그룹이 17일 미국 뉴욕법원에 파산보호를 신청하고 비구이위안의 채무 불이행(디폴트) 여진이 계속되는 등 ‘차이나 리스크’가 계속 커지고 있다.
미국 중앙은행(Fed)이 기준금리 추가 인상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미국이 기준금리를 더 올리지 않더라도 긴축 기간이 길어지면 우리 경제의 회복 속도가 느려질 수 있다. 서울외환시장에선 한 달 새 원·달러 환율이 80원 가까이 오르면서 이런 불안감을 반영했다.
양준모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부동산시장 불안 등 불확실성은 있지만 중국 경제성장률이 급격히 떨어질 가능성은 크지 않다”면서도 “정부가 예측한 대로 하반기 경기 회복세가 뚜렷하지 않을 가능성이 있는 데다 국제 유가 상승에 따른 고물가, 들썩이는 (국내) 부동산 가격 등으로 인해 고통스러운 하반기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허세민 기자 sem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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